유동성 위기 루머 휘말린 롯데, '물갈이 인사' 나설까 

유통·화학 등 핵심 계열사 실적 부진에 문책성 인사 유력 위기설 불식 위해 조기인사 가능성에도 무게

2024-11-20     구변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위기론'이 불거진 롯데그룹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최근 롯데를 둘러싼 유동성 위기 루머나 유통·화학 등 핵심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예상보다 인적 쇄신 규모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J와 신세계, 현대 등 유통 그룹들이 비교적 소폭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안정'에 방점을 찍은 반면,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만큼 '쇄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롯데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과감한 인적 쇄신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휘말렸다는 증권가 루머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실 무근"이라는 공시를 내고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그룹 안팎으로 불안감이 팽배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된 루머는 차입금 39조원, 올해 당기순이익 1조원 등 유동성 위기를 겪는 롯데그룹이 다음달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다행히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는 하루 만에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올해도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 건설 등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이미 롯데그룹은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이 비상 경영을 선언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주요 계열사들은 비용 절감과 희망 퇴직 등도 불사하고 있다.

롯데면세·롯데케미칼 등 계열사들과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가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이달부터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 등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지주 임원은 급여의 10~20%를, 롯데 화학군 계열사 임원은 급여의 10~30%를 각각 자진 반납한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사업부인 롯데온과 코리아세븐은 비용 절감을 위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에 이어 사옥도 이전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임원 규모를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르면 11월 말로 예정된 인사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롯데가 그룹 위기설을 담은 증권가 루머에 즉각 부인 공시를 낼 정도로 민감한 상황이라 조기 인사로 이 같은 분위기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 유통군 대표들도 유난히 입단속에 나서는 모양새"라며 "롯데가 조기 인사로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