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3일전 배송되는 '간편 상차림'은 사양할게요

2019-01-28     홍미경
롯데백화점라운드키친7'상차림세트'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매해 명절마다 전 부치느라 하루 종일 기름 두른 팬과 씨름했던 주부 이영실(39)씨는 얼마 전 식구들에게 선전포고했다. 올해 추석엔 조리하는 대신 가정간편식(HMR)으로 차례상과 식사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 식구들끼리 먹을 과일과 주전부리 빼고는 따로 장을 보지 않고 제수음식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다.

이 씨는 "조상님 모시는 데 정성 들여 하나하나 만들어야 되는 것이 맞지만 요즘처럼 채소ㆍ과일값, 육류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간편식 서비스가 더 싸다"면서 "식구 수도 적고 맞벌이라 간단히 차리는 게 편하고 명절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전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가정간편식(HMR) 열풍이 차례상 위까지 불고 있다. 명절 쇠기가 간소화하면서 절차와 예의·정성을 중시하던 조상님 모시기도 이제는 ‘간편하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흐름을 포착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영실 씨 역시 가족들에게 선전포고(?) 한 데로 명절 상차림을 주문하기 위해 롯데백화점 온라인몰에 들어가 검색을 시작했다가 깜짝 놀랐다.

롯데백화점은 고객의 부담을 덜고자 ‘한상차림’ 선물세트를 제공한다. 전, 나물, 갈비, 김치류 등 9가지 품목으로 이뤄졌으며, 직접 차례 음식 요리 시에 드는 재료비를 고려했을 때 약 20% 이상 저렴하다.

‘한상차림’ 선물세트는 원하는 날짜에 주문한 고객의 집으로 바로 배송받을 수 있다. 1월 31일(목) 밤 12시까지 주문 가능하며, 이때까지 접수된 주문 건은 2월 1일(금)에 조리돼 2일(토) 오전7시전까지 도착한다.

배송 날짜 전날 조리해 바로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라서 이영실 씨는 반가웠다. 하지만 설날은 2월5일. 2일 토요일까지 배송된 설 음식은 3일 뒤에나 사용하게 된다.

차례상은 햇곡식과 햇과일 등 가장 좋은 식재료를 정성껏 준비해 조상들에게 올리는 것인데, 배달된지 3일이나 된 음식을 올려야 한다고? 이 씨는 허탈감에 빠져 검색하던 노트북을 덮어 버렸다.

롯데백화점 임태춘 식품리빙부문장은 “한상차림 선물세트는 2018년 설 처음 출시돼 명절 음식 준비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끈 바 있다”며 “주문 즉시 조리해 신선함이 유지되고 편의성이 높아 고객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송업체들이 모두 2월2일 마감한다. 부득이하게 2일까지 배송하게 됐다"면서 "보관 후 사용하셔도 맛에 변화가 없도록 최대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배달 문화는 이미 전 세계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24시간, 원하는 곳 어디서든 음식 배달이 가능한 게 바로 한국이다. 설 상차림 또한 예외는 아니다.

조상에게 올리는 음식이니,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점점 간편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제사를 간소화시키고 가족들과 모여서 명절 분위기를 낼 정도의 적당한 양의 음식만 필요로 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명절 상차림 배달 수요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3일 전 도착하는 간편 설 한상차림은 사양하고 싶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