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조' 옛말…침체 길어지는 면세점
면세업계 9월 총매출액 전년比 10%↓ "中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적 반등 어려워"
면세업계가 계속되는 부진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코로나 이전 전성기 때 '단일 매장 매출 4조원 돌파', '온라인 매출 3조원 돌파' 같은 수식어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근 고환율·객단가 감소 영향으로 반등이 어려운 탓이다.
중국 정부가 오는 8일부터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면세업계는 아직 큰 기대감을 품지 않는 분위기다.
6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면세점 총매출액은 1조1940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매출인 1조3274억원보다 10% 줄어들었다. 7월부터 9월까지 면세점 총매출액은 면세점들의 3분기 실적에 영향을 주는데 이 기간 모두 지난해보다 저조했다.
실제 실적 발표에 먼저 나선 신라면세점은 올 3분기 매출 8448억원, 영업손실 387억원을 기록했다. 외형은 0.1% 소폭 감소했지만 적자 폭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신세계면세점 역시 영업이익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현재 비상 경영체제를 도입해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이익 감소 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9월 면세점에선 외국인들의 매출이 급감했다. 외국인 매출은 9315억원으로 지난해 1조805억원 보다 15%가량 줄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매출이 크게 발생하는 시내 면세점들의 매출액은 총 9450억원으로 지난해 (1조1140억원)보다 약 2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반면 내국인 매출은 2469억원에서 2726억원으로 300억원 정도 늘었다. 9월 추석 연휴가 껴 있어 해외로 향하는 내국인이 많았던 영향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외국인과 내국인은 많아졌지만, 면세점 쇼핑이 줄면서 이용자 수는 매출로 연결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엔데믹 선언에도 면세점 매출이 회복되지 못하는 이유는 장기화된 고환율 기조가 꼽힌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줄곧 1320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면세점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마저 상실하며 내국인 발길마저 끊기고 있다.
또 외국인들은 관광 트렌드 변화로 면세점보다는 편의점, 소매 채널 등에서 물건 구매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업계에선 외국인 매출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중국 무비자 입국 이후에도 면세점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타킷층인 중산층 지갑이 많이 얇아진 상황이라 단기적으로는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내국인의 중국 무비자 입국이 이뤄지면 항공편이 증설되고, 자연스럽게 중국인 인바운드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고 보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