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잘못인데 보증보험 취소?" '황당' HUG 약관에 공정위 시정권고 

공정위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약관법·상법에도 위배돼" HUG, 190억원 전세사기에도 임대인 '위조 계약서' 이유로 보증 취소 

2024-11-05     손예지 기자
임대인의 잘못으로 보증이 취소되도록 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약관 조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임대인의 잘못으로 보증이 취소되도록 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약관 조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내렸다.

공정위는 5일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을 심사한 결과, 이 같은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수정·삭제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심사 대상이 된 보증보험은 원래 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HUG가 임차인에게 이를 대신 돌려주기 위한 것으로, '전세사기' 대비를 위한 보험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인은 이 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기를 당했음에도 보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HUG의 대처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150여명이 무자본 갭투자를 한 1명의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 19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하지만 HUG 측은 임대인이 위조 전세계약서를 제출했고, HUG가 이미 임차인들에게 계약 일괄 취소를 통보했다며 해당 약관 조항을 근거로 해 보증을 취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피해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부터 나온 1심 판결은 모두 4건으로, 피해자가 승소한 사례와 패소한 사례가 반씩 갈리면서 혼란을 초래했다.

피해자가 승소한 2건에 대해 재판부는 "사고가 나면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만큼, HUG 보증상품이 사실상 보험"이라고 봤다. 하지만 나머지 2건에 대해서는 "보증보험이지만 임대차 계약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공정위가 피해자들의 신고로 조사에 나섰고, 임대인의 잘못으로 보증이 취소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약관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보험계약자의 사기 등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 사유가 없다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 규정 취지에도 반하고, 위험만 고객에게 떠넘기고 사업자에게 법률상 부여되지 않는 해지권을 부여하는 부당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조항은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민간임대주택 제도의 목적에도 맞지 않고,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을 반환받을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권리를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HUG 측은 권고기한인 60일 내에 이를 시정해야 한다. 기간 내에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시정명령에 더해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향후 HUG가 권고에 따라 해당 조항을 시정할 경우 상품을 가입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미 체결된 계약 관계를 되돌려 무효로 할 수는 없다. 

신용호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시정권고 이후 HUG와 해당 약관조항에 대한 시정협의를 진행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