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유통혁명은 이끌었지만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지금은 유통혁명의 시대다. 상품 자체의 품질이 상향 평균화되면서 갈수록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의 품질은 물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됐다.
◆ 4,000억원 규모 성장
이에 각 유통 기업에서는 새벽배송을 내세워 치열한 경쟁중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0억원 대에 불과하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입소문을 타고 올해 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초기 새벽배송은 마켓컬리, 배민찬 등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이마트와 GS리테일 등 대기업도 ‘새벽배송 전쟁’에 시작하고 있다.
올해 초 이마트는 전날 오후 6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6~9시 또는 오전 7~10시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쓱배송 굿모닝’ 서비스를 시작했다. GS리테일도 서울 전 지역에 간편식과 신선식품 등 5,000여개 상품을 새벽시간에 배송하고 있다.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쿠팡 역시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일부 로켓배송 상품에 한해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까지 배송해 주기도 한다.
◆ 롯데vs 마켓컬리vs 동원 '새벽배송' 3사3색
업계 1위는 마켓컬리다. 특히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선 이들의 회원 수는 3년 만에 60만명을 돌파했다. 매출도 2015년 29억원에서 지난해 53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3배 늘어난 1,600억원 정도 예상된다.
후발주자로 꼽히는 동원F&B는 식품 온라인몰 '동원몰'을 통해 2월13일 부터 새벽 배송 서비스 '밴드프레시'를 선보였다.
밴드프레시는 전날 오후 5시까지 제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배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다. 수도권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3만원 이상 주문 건은 무료 배송 혜택을 준다. 밴드프레시 대상 품목은 '덴마크' 브랜드 프리미엄 유제품을 비롯해 양반죽, 개성 왕만두, 시리얼, 수프, 닭가슴살 등 200여 가지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1월 11일부터 가정식 반찬 판매 업체 ‘라운드 키친7(Round Kitchen 7)’과 손잡고 새벽배송 서비스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의 ‘반찬 구독 서비스’는 김치류, 볶음류, 조림류, 전류, 국류 등 약 200여 개 메뉴로 구성됐다. 기존에는 회사의 조리법대로 만든 반찬을 제공했다면, 이번 서비스는 고객이 요청하는 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가정식 반찬을 배송한다.
◆ 새벽배송, 편리함 뒤 '이면'
밤늦게 주문을 해도 자고 일어나면 바로 받아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이른바 새벽배송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편리함 뒤 이면도 있다.
물류 업계에 따르면 새벽배송 인건비는 일반에 비해 약 두 배 정도 소요된다. 심야 근무로 노동 강도가 무척 세기 때문이다. 물량이 적을 경우 ‘대고객 서비스’ 차원에서는 유용하지만 규모가 커질 경우 비용 부담도 같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야 배송은 고비용 구조로 일반 배송보다는 수익성이 낮다”며 “초기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큰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택배업계의 차량지입·특수고용·단가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 새벽배송 서비스만 확대되면 새로운 갈등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현재도 일부 대기업 유통업체는 택배기사와 고용형태, 임금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외에 주문한 상품이 새벽에 도착해야 하는 만큼 최근 새벽시간이면 주택가 인근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차량 소리며, 이동하는 소리 상품을 오르고 내리는 등 소리가 더해져 유난히 조용한 새벽 시간에는 주민들에게는 소음으로 돌아오곤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속한 서비스도 좋지만 수익성 확보와 제대로 된 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새벽배송이 유통혁명을 이끈다고 하지만 결국 노동력이 담보된 서비스다. 새벽에 일해야 하는 택배기사들의 고충 역시 살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