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먹거리 가격인상… 소비자 "이젠 둔감해져"

2019-02-22     홍미경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불경기와 금리인상 등으로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는 먹거리 가격은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기만 해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 식품·외식 물가 줄줄이 올라

지난 1월 CJ제일제당이 햇반과 어묵 등 제품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시동이 걸린 가격인상은 끝간데 없이 계속되고 있다.

CJ제일제당 햇반 210g이 소비자가 기준 1480원에서 1600원으로 8.1%(120원), 컵반 스팸마요덮밥은 2980원에서 318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어묵과 맛살 가격은 각각 평균 7.6%, 6.8% 인상되며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는 평균 7%, 다시다는 평균 9% 인상됐다.

롯데제과 역시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했다.

편의점 전용 월드콘, 설레임(밀크)은 4월 1일부터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된다. 이는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는 오는 3월 1일부터 바와 컵 제품은 기존 3500원에서 3900원으로 400원, 파인트는 9500원에서 1만500원으로 1000원 오른다. 콘 제품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나뚜루의 가격 조정은 유통점의 경우 지난 2014년 6월 이후 5년, 전문점은 2013년 4월 이후 6년 만이다.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및 디저트 17종은 평균 17.6% 인상된다.

아이스크림은 싱글 사이즈(100g)가 2700원에서 3200원으로, 더블(190g)은 4500원에서 5300원, 트리플(300g)은 6700원에서 8200원으로 인상되는 등 사이즈 별로 총 8종 가격이 오른다. 디저트는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제품 9종이 인상 대상이다. 주요 제품인 밀크셰이크는 5500원에서 6300원으로, 아포가토는 45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된다.

커피를 비롯해 주요 외식 메뉴인 버거와 샌드위치도 가격이 오른다.

파스쿠찌는 ‘아메리카노’는 레귤러 사이즈 기준 4,000원에서 4,300원으로, ‘카페라떼’는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버거 6종, 아침 메뉴 5종, 사이드 및 디저트 5종, 음료 2종, 해피밀 5종 등 23개 메뉴의 가격을 인상한다. 가격 조정 제품의 평균 인상률은 2.41%로 인상 폭은 100~200원 정도다. 가격 인상 대상에는 햄버거,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크리스피 오리엔탈 치킨버거 등이 포함됐으며 빅맥과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등은 제외됐다.

써브웨이도 18개 샌드위치 제품 가격을 200~300원씩 인상했다. 가격이 오르는 품목은 주로 30cm 길이 제품이다. 햄 샌드위치 30cm는 8400원에서 8600원으로, 미트볼 샌드위치 30cm는 87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랐다.

이외에 롯데리아가 전체 판매 제품 중 버거 11종에 대해 판매 가격을 평균 2.2% 인상했으며 버거킹도 딜리버리 서비스 메뉴 가격을 200원씩 인상했다. 한국야쿠르트도 방문 판매 우유 12종 가운데 4종 제품을 평균 3% 인상했으며 푸르밀도 일부 가공 우유 가격을 25% 올렸다.

◇ "가격 자주 오르니 이젠 둔감해져"

식음료 가공업계에서도 견딜 만큼 견딘 다음 어렵사리 가격을 올리지만 가벼워진 주머니를 더 털어내야 하는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낸다.

회사원 김설희(29세) 씨는 "처음에 전체적으로 가격이 올랐을 때는 너무 비싸다 생각했지만, 너무 올라 이제는 가격에 둔감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외식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식음료에 돈을 쓰는 개념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라며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가격을 올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사원 박인수(36세)씨는 "아이들 간식인 과자류 역시 잇따라 가격이 인상되면서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렵게 됐다"라면 "질소포장으로 양도 줄어들고 가격만 인상되는 현실이네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의 불만을 크지만 업체 역시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것.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가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며 감내해 왔지만, 주요 원ㆍ부재료와 가공비 등이 지속 상승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며 “소비자 부담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한 자릿수 인상률로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원가부담을 견디기 어려워 가격을 올리는 현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한꺼번에 올려온 관행이 소비자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사실이다.

서영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가격을 높이 책정하면 외면받고 내리면 많이 팔린다'는 수요공급의 법칙에만 맡겨두기엔 시장의 가격인상 강도가 너무 강하다. 원재료 가격의 인상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라며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나 조정 역할이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유독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돌아가는 가격결정 부분에서는 역할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 부담이 늘든 말든 가격결정에서만은 신자유주의적 원칙을 유지하는 것인지, 과거 정권의 유물이라 적폐로 치부하는 건지 궁금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민들을 위해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가격인상의 시기를 순차적으로 조정하거나 합리적인 가격인상을 유도하는 등의 최소한 개입의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