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달앱 '고래싸움'에 새우 등만 터진다 

2024-10-04     구변경 기자

"진짜 남는 게 없다. 배달 플랫폼 기업에서 저보다 하는 일이 없는데 왜 수수료를 9.8%씩이나 가져가는지 모르겠고, 내가 쿠팡·배민의 고용인인지 사장인지 모르겠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씨)

"떡볶이 1인분을 배달 주문하려고 가격을 보니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2000원이나 차이 났다. 결국 식당에서 배달 수수료와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소비자 B씨)

최근 배달앱 시장은 '이중 가격제' 논란으로 시끄럽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뿐 아니라 소규모 분식집 마저 이중 가격제를 적용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중 가격제는 배달앱을 통한 주문과 매장에서 먹는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중 가격제 논란이 쏘아올린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간의 신경전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배달앱 2위인 쿠팡이츠는 "특정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이중 가격제의 원인"이라며 업계 1위 배민을 저격하고 나섰다.

이에 "배민배달은 경쟁사와 동일하게 고객 배달팁을 당사에서 부담한다"고 배민도 강하게 반박했다.

문제는 두 플랫폼이 서로 '네 탓 공방'을 계속 이어가는 사이 소비자·자영업자는 지금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배달앱이 중개 수수료를 인상하면 자영업자는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도 이전보다 더 비싼 가격에 음식을 시켜 먹게 되는 데다 배달앱 유료 멤버십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수수료 인상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배달앱 독점 구조에 소비자와 자영업자만 죽어나는 형국이다. 업계 1위 배민의 경우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배달 앱 중개 수수료 인상은 관련 규제가 없다. 정부도 이 같은 사태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달 내 합리적인 개선안 도출을 언급한 상태다.

무엇보다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상생'에 있다고 본다. 배달앱, 자영업자, 소비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함께 배달앱들의 자정 노력,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건강한 배달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배달앱끼리 네 탓 공방을 이어가며 시시비비를 가릴 때가 아니다. 부디 '고래싸움'에 새우 등만 터지는 결과 도출이 끝이 아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