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건면, 보름만에 300만개 판매에 숨은 의미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치열해진 라면시장에 비장의 카드로 내놓은 농심 '신라면 건면'이 출시 보름만에 300만개가 팔렸다. 하지만 농심에서 내놓은 이 보도자료에 대해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신라면 건면은 신라면 고유의 맛을 살리되 튀기지 않은 건면을 이용해 열량을 낮췄다고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25일 농심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 출시한 신라면 건면이 22일까지 약 보름 만에 300만개 넘게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농심은 이 같은 판매 기록에 대해 최근 라면 신제품 중 가장 좋은 판매 기록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오뚜기의 라면 신제품 '미역국 라면'이 지난해 9월 출시 후 40일 만에 500만개가 팔린 것을 앞지르는 속도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보도자료만 본 소비자들은 농심이 신라면에 이어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업계 일각에서 내놓은 분석은 다르다.
농심은 최근 라면시장에서 가장 열풍을 일으켰던 오뚜기 미역국 라면과 비교해 이들보다 빠르게 판매되고 있는 점을 내세워 홍보에 나섰다. 수치상으로는 농심의 신라면 건면이 오뚜기 미역국 라면 보다 빠르게 시장 점령중인 것이 맞다. 하지만 농심의 보도자료에는 세 가지 허점이 감춰져있다.
첫째 농심의 판매 수치가 '소비자에게 팔린 수치인가'다.
회사가 내놓은 자료에는 단순히 보름만에 300만개가 팔렸을 뿐 그것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없다. 유통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팔린 수치가 아닌, 유통업자에게 넘긴 물량을 계산한것 아니냐는 의심 제기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농심이 자사의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통업체에 넘긴 수량이 아닐까 싶다"라며 "과거 농심은 신라면과 너구리 등 자사 생산제품에 대한 할인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유통업체들에 압력을 넣기도 했다. 이번 신라면 건면 역시 물량을 떠넘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농심은 수십년간 신라면을 포함해 자사 인기상품을 굉장히 꼼꼼하게 관리해 왔다"며 "유통 채널이 타사 제품 행사를 하기라도 하면 제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곤 했다"고 말했다.
농심의 지속적인 압력 때문에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전 점포를 대상으로 떠넘긴 수량을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는 농심이 라면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에 가능한 것이다. 라면의 시장점유율(2012년 8월 기준·시장조사기관 AC닐슨)은 67.9%로 나머지 경쟁사들을 다 합친 것보다 높아 국내 라면시장은 사실상 독점 상태나 다름없다.
또 신라면 건면은 신라면 본래의 맛은 살리면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쫄깃한 면으로 라면의 개념을 바꿔놨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두 번째 농심 보도자료의 맹점은 바로 맛이다.
신라면 건면은 건강 또는 웰빙 키워드를 정조준했지만 맛은 기존 신라면과 차이가 없어서, 결국 신라면 건면의 라이벌은 신라면이 될 수밖에 없어진다는 평가다.
김선자 식품연구소 김선자 소장은 "오뚜기 미역국은 라면이지만 맛으로는 미역국을 완벽히 재현했다. 라면의 간편성을 살리면서 건강한 집밥이 완성된다는 점에서 라면시장의 새바람을 일으켰다"고 해석했다.
이어 "하지만 신라면 건면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맛이 신라면과 똑같아 신라면이 보유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신라면 건면은 신라면 시장을 잡아먹으며 클것으로 전망돼 농심의 '제 살 깎아먹기'라는 지적이다.
세 번째 농심은 신라면 고유의 맛을 살리되 튀기지 않은 건면을 이용해 열량을 낮춰, 맛과 칼로리를 동시에 잡았다고 밝혔다.
건강지향성이 소비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건강을 강조한 신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농심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동안 라면은 한 끼를 쉽고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소맥분(수입밀)을 사용한데다가 튀기기까지 해서 건강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은 사실.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한 라면이 기존 라면에 비해 건강한 것은 맞지만 이 역시 인스턴스 식품일 뿐이라는 것이 식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이신자 교수는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했지만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먹는 것은 영영 균형을 떨어트릴 수 있다"라며 "나트륨 함량 역시 기존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라면의 맛을 위해 나트륨 함량이 높기 때문에 건강한 라면이라는 광고 문구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양분됐다.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깔끔하다" "100% 재구매 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튀기지 않은 건면이라서 상하지 말라고 뭘 첨가했는지 몰라도 면에서 새아파트 냄새가 난다" "신라면 국물에 소면 말아먹으면 딱 이런 느낌?" "이게 왜 400원이나 더 비싼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냈다.
농심 측의 설명대로 신라면 건면이 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