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오너 3·4세 위기서도 '책임경영' 강화 

회사 지분 늘려 보폭 확대 신사업·조직개편 단행

2024-09-06     구변경 기자
왼쪽부터 신유열 전무, 김동선 부사장, 허서홍 부사장, 홍정국 부회장. (사진=각 사)

고물가와 경기 침체 등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유통가 오너 3·4세들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보유 지분을 확대하거나 신사업에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지는 등 위기 상황에서도 움츠려 있지 않고 전면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되려 오너 3·4세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 시험대에 올라 경영 능력을 입증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오너 3·4세들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회사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롯데그룹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는 지난 4일 롯데지주 주식 4255주를 매수했다. 앞서 올해 6월 롯데지주 보통주 7541주를 사들여 0.01%의 지분을 확보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하면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을 맡았다. 올해 2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바이오 분야에도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분야다.

신 전무가 올해 6월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는 바이오를 중심으로 협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도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한화갤러리아 보통주 3400만 주를 공개 매수 중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김 부사장은 기존 지분 2.32%를 포함해 총 19.8%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3대 유명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남대로에 1호점을 연 뒤 현재까지 4호점을 오픈했다. 오는 9일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 1층 식품관에 국내 5호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올해 8월까지 4개 점포에서 누적 방문객이 2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파이브가이즈는 오픈 1년만에 전 점포가 글로벌 매출 톱10에 오르는 등 성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로봇 사업과 푸드테크 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한화로보틱스는 서비스 로봇 역량을 호텔, 백화점, 외식 등 그룹 내 유통 사업에 접목시켜 시너지를 낸다는 포부다.

GS그룹 오너 4세인 허서홍 GS리테일 부사장도 지난해 총 6차례에 걸쳐 GS 주식 5만 1200주를 매입했다. 

허 부사장은 편의점·홈쇼핑업을 하는 GS리테일의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경영지원본부와 전략부문, 신사업부문 등의 조직을 한 데 모아 관장하고 있다. 

최근 실적 악화를 겪는 GS리테일 계열 푸드커머스 업체인 '쿠캣'이 허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BGF그룹 오너 3세인 홍정국 BGF 부회장도 앞서 2018년 공개매수에 참여해 지배력을 높인 바 있다.

홍 부회장은 CU를 포함한 그룹 사업 가치 제고와 경영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홍 부회장은 디지털·IT 기술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로 점포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BGF리테일 대표이사 직속으로 상시 혁신을 위한 조직 BI(Business Innovation)팀을 신설했다. 

또한 트렌드를 이끌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차별화된 상품과 마케팅에도 집중한다. 홍 부회장은 라면·스낵 등이 특화된 체험형 플래그십 점포를 확대하고 최신 IT 기술을 적용한 편의점 모델을 개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역으로 위기를 돌파하면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