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비회원에 '로켓배송' 유도…고객 부당 유인했나
로켓배송 이용 시 추가 결제 유도·회원 유치 꼼수 지적 전문가 "시장 지배적 지위로 고객 부당 유인 행위 판단 필요"
#1. 서울 동작구에 사는 주부 A씨(60)는 최근 쿠팡에서 물건을 구매하려다 애초에 구매하려고 했던 상품 가격보다 더 많은 값을 지불했다. 도서 1권을 구매하기 위해 상품을 검색했더니 쿠팡 어플리케이션 상단에는 '로켓배송' 상품들이 다수 노출돼 있었고, 온라인 쇼핑에 익숙치 않은 A씨로선 로켓배송 상품을 눌러 들어간 것이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상품 구매하기를 누른 A씨는 난관에 봉착했다. 로켓배송 상품이니 최소주문금액인 1만9800원을 채워야 구매가 가능하거나 익일 오전 7시까지 배송 받을 수 있는 '와우회원' 무료체험으로 유도하는 팝업창이 화면에 떴기 때문이다. 1만5120원을 지불하고 도서 1권만 구매하고 싶었던 A씨는 처음에는 이 팝업창을 무시하고 꺼버렸지만 구매하기를 누르자 지속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담은 팝업창이 노출됐다. 결국 A씨는 4680원의 추가 금액을 결제하고 로켓배송 상품으로 도서를 구매해야만 했다. A씨는 "책 1권 사고 싶었을 뿐인데 구매하기를 눌렀더니 계속해서 팝업창만 뜨더라"라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5000원 정도를 더 주고 상품을 구매해야 해서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2.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B씨(39)도 같은 경험을 토로했다. B씨는 "쿠팡에서 물건을 사려는데 계속 추가 결제하라는 팝업창만 뜨고 그 다음으로 진행을 못하게 막아 놨더라"며 "이거 강매 아닌가? 340원을 더 채워야 그 다음으로 넘어 가더라"라며 분노했다. 그는 이어 "저번에도 물건 하나 사려는데 그 다음으로 안 넘어가고 3개 이상 사야만 살 수 있게 해놔서 1개만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것을 3개 사버리게 됐다"며 "이번에는 일정 금액 이상 사야만 살 수 있게 해놓으니 좀 짜증이 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쿠팡이 와우회원이 아닌 비회원을 대상으로 충분한 고지없이 불필요한 지출을 요구하거나 와우회원을 늘리기 위한 꼼수 전략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를 부당하게 유인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비회원이 로켓배송을 이용할 시 추가 결제를 유도하거나 회원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 소비자상담 접수가 공식적으로 접수된 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나,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같은 불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비회원 입장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을 거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현재 쿠팡 앱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대부분 상품이 로켓배송 상품으로 상단에 노출되는 식이다. 번거롭게 일반상품을 찾아 구매할 소비자가 확률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비회원들이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경우는 익일 배송으로 빠르게 상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대다수인데, 그렇다고 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부담하면서까지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판단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소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상품 값을 결제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쿠팡이 와우회원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면서 소비자들이 빠른 배송에 익숙해져 있어 빨리 받을 필요가 없는 것도 로켓배송으로 불필요하게 추가금액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소비자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낙인효과처럼 그 안에 들어가서 불필요하게 소비를 하게 만든다"며 "로켓배송 제품이 (일반상품보다) 비싼데 인식하지 못하고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잘 비교하고 살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쿠팡의 운영 방식을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쿠팡이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지, 고객을 부당하게 유인했는지 등을 조사하는게 관건이라고 짚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거래액 기준)은 쿠팡이 24.5%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네이버쇼핑이 23.3%로 바짝 쫓는 가운데 신세계그룹 계열(G마켓+옥션+SSG닷컴) 10.1%, 11번가 7.0%, 롯데온 5.0%,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4.9% 등을 점유하고 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해서 고객을 부당하게 유인하고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쿠팡이 소비자에 로켓배송에 대해) 충분히 고지를 했는지, 오해가 없게 했는지, 실수를 유도한게 아닌지, 소비자가 한번 거절했는데 지속적으로 팝업 창을 띄웠는지 등 이런 부분들을 의도했다면 소비자를 부당하게 유인하게 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로켓배송 상품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하나의 수단이며, 해당 상품 선택 여부는 소비자의 자유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지배적 위치를 남용한 끼워팔기, 높은 수수료 등으로 신고를 받은 쿠팡의 불공정 거래 행위 의혹과 관련해 "신속하게 조사해 혐의가 확인되면 조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