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감 이슈] 필요성 커지는 송전망 지중화...관련 입법 '지지부진'

팽창하는 전력수요에 전자파·미관 문제 없는 '지중화' 대안으로 떠올라 전문가 "지중화 평가기준 등 구체적이고 통일된 관련법 규정 마련 필요"

2024-08-28     손예지 기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1호 철탑.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정감사가 오는 10월 7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국감은 국회의원에겐 ‘한 해의 농사’라 불린다.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하이라이트이자 국회의원이 일약 ‘정치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감을 받는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으로선 곤혹스러운 때다. 부처나 기관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나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 있어서다. 다만 외부의 눈으로 정책과 사업을 되돌아볼 수 있는 중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올해 국감은 22대 국회 첫 국감이다. 올해 국감을 맞이하는 국회의원들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새롭게 구성이 돼 처음 원내에 입성했거나 상임위를 새로 맡아서다. 올해 국감에선 국회의원의 창과 기관의 방패 간 대결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국감에 대비하는 국회의원실이나 피감기관들의 움직임도 질의자료 또는 답변자료 작성 등으로 분주하다. 이에 온라인 종합 경제매체 ‘핀포인트뉴스’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공개한 ‘2024 국감 이슈 분석’을 바탕으로 국감 시작 때까지 국회 상임위원회별 주요 이슈들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전력 수요가 나날이 늘어가면서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전선로 지중화(地中化)'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지중화에 대한 규정이 여러 법에 산재돼 있어 통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28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공개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송전망 지중화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올해 주요 국감 이슈다. 

◆ 송전망 지하화하는 '지중화' 방식 주목...왜?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주축으로 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들어서며 전력 수요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4차 산업에 있어서 핵심적인 설비 중 하나인 데이터센터 역시 계속해서 지어지는 중이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5월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매년 증가했다. 2023년 기준으로 약 150곳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이며, 2029년까지 732개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릴 정도로 전력 수요가 큰 시설인 만큼, 추가적인 전력 공급 대책 마련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발전설비는 2023년 기준 14만4421MW(메가와트)로 10년 전(9만3216MW)에 비해 55%가량 증가했지만, 송배전망 건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일부 발전설비를 놀리는 이른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송배전망 건설이 어려운 이유로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꼽을 수 있다.

건설 예정지의 지역 주민들은 "송배전망이 들어오면 사람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데다가 경관까지 해친다"며 이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기존과 다른 송전 방식인 '지중화'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중화란 전선이나 통신선 등을 공중에서 연결하지 않고 땅에 묻는 것을 의미한다.

지중 전선로는 가공 전선로에 비해 지하에 다수 선로를 만들 수 있어 전력 공급에 유리하며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 또한 송전탑이나 송전선 등에 비해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는 강점도 있다.

 

◆ 관련법 개정 통한 일관된 사업전략·원칙 수립 필요

지중화 방식은 최근 그 장점을 인정받으며 관련 사업과 지중화율(전체 송전망에서 지중화 방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현재 지중화와 관련해서는 '전기사업법'과 한전 내규(송전선로), '도시개발법'과 '전기사업법'(배전선로)에 시행 근거와 비용 부담 규정이 각각 나뉘어 있다. 일관된 지중화 사업 전략과 원칙이 부재한 셈이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 매설 깊이 및 차폐시설 설치 여부 등 지중화 안전기준에 관한 법률안과 ▲ 지중화 비용 분담과 관련한 법률안이 발의 논의되었던 바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을 통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는 지중화 사업과 관련된 전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중화 결정을 위한 평가 기준, 비용 분담 원칙 확립, 지중화 평가 단계에서의 지자체 참여조항안 마련 등 구체적이고 통일된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지자체의 협조를 유도하는 상생협력 모델의 개발을 제안했다. 전선로 지중화 사업 등 송전선로 건설에는 지역 주민의 수용성이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는 ▲ 지역에 345kV 가공선로가 지나는 경우 해당 지자체에 154kV 송전선로 및 배전선로 등 지역망 지중화 분담금을 인하·면제하는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 지자체 비용 분담을 고려해 154kV 지역망은 설비계획 단계부터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