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는 청정맥주” 무슨 관계가?
하이트진로 신제품 ‘테라’, 청정 맥아 사용 청정 맥주 강조…미세먼지까지 동원하는 회사의 홍보 무리수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하이트진로가 13일 '청정라거'시대를 열겠다며 차별화된 원료와 공법을 적용한 맥주 신제품 '테라(TERRA)'를 오는 21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과거 지하 천연 암반수를 내세워 ‘맥주 맛은 물맛이 좌우한다’는 슬로건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하이트진로가 추억을 되살려 청정라거로 또 다시 맥주종가의 부활을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청정라거를 부각시킨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홍보자료를 들려다 보면 이미지 강조를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듯한 내용이 여러 곳에서 보여진다.
특히 청정지역 맥아와 자연발생 탄산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청정맥주라는 이미지 마케팅은 청정 이미지를 교묘히 엮어 소비자를 현혹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맥주와 전혀 상관없는 미세먼지까지 홍보전에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3일 하이트진로는 새로운 맥주 브랜드를 출시하고 맥주 시장 탈환에 나선다고 밝혔다.
신제품은 2013년 '퀸즈에일' 후 6년 만에 하이트진로가 직접 개발해 선보이는 맥주(발포주 제외) 제품인 '테라'다.
하이트진로는 테라가 호주 청정 지역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를 100%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탄산만 사용했다며 신제품의 청정이미지 부각에 힘을 쏟았다.
흙, 대지, 지구를 뜻하는 테라라는 제품명도 이 지역의 이미지와 청정성, 자연주의를 반영해 결정됐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회사는 '청정라거'라는 개념에 맞춰 초록색을 브랜드 컬러로 결정하고 모든 제품 포장에 적용했다.
또한 이번 테라의 출시를 두고 초미세먼지가 일상화되며 청정, 친환경을 갈망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담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 상무는 “테라는 초미세먼지 경보가 일상화되어 청정, 자연, 친환경 등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했다”며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을 실현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뒀고 가장 청정한 원료를 찾으려 노력한 끝에, 인위적인 주입이 없는 자연주의적 공법을 연구해 최선의 주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맥아가 맥주 맛을 좌우하는 부분적 요소는 맞지만 청정맥아 사용이 청정맥주를 만든다는 설명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술 칼럼리스트 A모씨는 “하이트진로의 주장처럼 청정지역 맥아가 맥주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 이지만 청정 맥주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며 “맥아보다는 오히려 청량감과 거품이 조밀하고 탄산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리얼탄산 공법이 청정한 맥주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맥아는 맥주보리(2조)를 가공해 만드는 가공품이고 가공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지만 맥주의 95%가 수분으로 구성된 만큼 맥아보다는 물맛이 맥주의 맛을 좌우한다”며 “맥아의 당화(매싱)여부로 맥주 맛이 달라지지만 청정지역 100% 맥아를 사용이 맥주의 신선도나 청정한 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A 칼럼리스트는 “과거 하이트가 지하 암반수를 내세워 ‘맥주 맛은 물맛이 좌우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한 것이 청정맥아 사용이 청정맥주를 만든다는 설명보다 사실에 가깝다”며 “최근에는 고도로 정제된 물이 맥주에 사용되며 맥주 시장을 내준 하이트진로가 이제는 미세먼지까지 들먹이며 청정라거를 강조한 것은 단순 마케팅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