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티메프 사태로 애먼 국내 플랫폼 규제 경계해야
'티메프 사태' 여파로 국회와 정부에서 e커머스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법 발의와 함께 정부도 정산대금 주기 문제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일명 '티메프 방지법'이라는 이름의 법안이 연이어 나올 것으로도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과 정부를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규제 기류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규제 일변도 대응이 디지털경제를 위축시키는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티메프 사태는 해외 기업인 큐텐의 관리·감독 실패와 긴 정산 주기 시스템이 문제로 꼽히는데,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은 이와는 상관없는 조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의 핵심인 기업의 재정 건전성 관리나 정산시스템 개선보다 플랫폼 기업 등 부가통신사업자를 옥죄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티메프 사태의 원인 제공은 싱가포르 기반의 이커머스 기업인 큐텐의 부실한 운영인데 실상 규제는 국내 사업자가 받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국내 e커머스 플랫폼들은 정산 주기가 각각 40일, 50일인 티몬·위메프와는 달리 수일 내로 빠른 편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결제 후 약 3일 내 대금의 100%를 정산하고 있다. 11번가와 롯데온 역시 소비자의 구매 확정이 되면 정산이 이뤄진다.
되려 티메프 사태로 인한 불똥이 튈까 우려해 국내 e커머스 플랫폼들은 자체적인 상생 방안을 발빠르게 마련하고 있다. 11번가는 판매 대금의 70%를 배송이 완료된 다음 날 지급하는 '11번가 안심정산' 서비스를 새로 도입했다. 기존 정산 주기가 7~8일인 G마켓도 제품이 출고된 다음 날 판매 대금의 90%를 정산해주는 '스마일배송'을 운영 중이다.
이 의원의 법안은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인해 플랫폼에 대해 전방위로 규제한 상황과 오버랩 된다. 2022년 10월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오류로 국회는 '디지털안전3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을 시행했다. 당시 데이터 이중화와 이원화 등에 대한 역량을 인정받은 부가통신사업자들까지 규제로 묶어 버렸다.
자칫 이번 티메프 사태와 직접적 연관성이 크지 않은 플랫폼법 제정 논의가 탄력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티몬, 위메프를 합친 점유율은 8% 정도로 미미하다. 그런데 이런 큐텐 그룹의 경영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플랫폼법과 연관짓는 건 애꿎은 국내 플랫폼만 규제하는 꼴이 될 수 있다.
현재 세계 각 나라는 산업 규제보다는 육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만큼 플랫폼 산업은 인공지능 시대 속에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데이터 주권을 지키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동력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은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핀셋 규제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할 때다.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선 판매자 정산 주기를 앞당겨 이를 법제화 하는 등 규제 아닌 진흥책이야말로 해법이 될 수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