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카드 꺼내든 배달의 민족 속내

2019-04-01     이승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배달의민족이 음식값 정산일을 일주일 단위에서 하루로 줄였다.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 가맹 자영업자는 판매 당일 음식값을 입금 받을 수 있다.

'상생' 카드를 꺼낸 배달 앱 업체 1위 배달의 민족의 이 같은 조치에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발 들어가 살펴보면 배달앱 ‘춘추전국’ 시대 타개를 위한 발빠른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이달부터 음식점 매출 정산 주기를 일 단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업계 최초 시도다. 프리미엄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 이용 업주에게도 같은 혜택이 적용된다.

배달 앱에서 결제된 음식값은 카드사, 전자결제대행업체(PG사)를 포함한 정산 절차를 거쳐 업주에게 돌아간다. 통상 1~2주가 걸린다.

그나마 배달의민족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1주일 단위 정산 시스템을 도입, 시행해 왔다. 이번 조치로 정산, 입금 일정이 하루 단위로까지 단축됐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올해 초 영세 자영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소상공인 대상 배달 앱 카드결제 수수료를 차등 인하했다. 온라인 신용카드 매출도 세액공제에 포함되도록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생을 내세워 시장 경제의 균형을 맞추려는 배달의 민족 측의 전략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또 다른 속내가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배달의민족, 요기요의 독주나 마찬가지였던 배달앱 시장에 카카오·우버에 이어 쿠팡·위메프·교촌치킨·맘스터치 등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 출범 8년 만에 최대 전운에 휩싸였다"고 설명했다.

또 "1인인 가구 증가, 미세먼지 등으로 매년 2배씩 성장하고 있는 국내 배달앱 시장이 푸드테크 업계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슈퍼리스트 폐지, 직접 배달 서비스 전국 확대, 연간 마케팅 투자 2배 증가, 편의점·배달대행업체와 연계 서비스 제공 맞불을 놓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배달앱 이용자 수는 2500만명이다. 지난 2013년 87만명에서 5년 만에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금까지는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배달통)가 줄곧 양강 체제를 지켜왔다.

최근 2년 새 카카오와 우버이츠가 도전장을 던졌지만 시장 장악력에 있어서는 두 업체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커머스 쿠팡, 위메프와 프랜차이즈 업체 맘스터치, 교촌이 진출했으며 카카오와 우버이츠 역시 다양한 전력으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쯤이면 국내 배달앱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배달의 민족이 내놓은 '음식점 매출 정산주기 일(日) 단위 변경'은 상생이라는 허울좋은 가면을 뒤 신규 업체의 거센 도전에 따른 특단의 대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배달앱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배달의 민족은 여전히 시장 장악력 1위 배달앱 업체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단편적인 마케팅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