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반복되는 美 부동산 위기… 워싱턴 빌딩 펀드 ‘반토막’
1801K·1750K 기초자산 펀드서 44.2% 손실 발생 해외투자 '강자' 미래에셋, 美 부동산 폭락에 '고군분투'
미래에셋금융그룹이 투자한 해외부동산의 기한이익상실이 다시 도래하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주와 재연장을 거듭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해외부동산 펀드 중 미국 워싱턴DC 1801K·1750K 스트리트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에서 145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총 26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말 약 44.2% 손실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1750K빌딩 인수로 조성한 ‘맵스프런티어미국사모부동산투자신탁5호펀드’는 지난해 두 번째 만기 연장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펀드 채권자들은 기한이익상실(EODㆍEvents of default) 행사도 고려했지만, 만기 연장을 결정했다.
EOD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해 대출 만기 전이라도 채무를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채무자가 만기까지 연체금을 내지 못하거나 원금 상환을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 채권자는 EOD를 선언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기한이익상실 위기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대주와 권리행사 유예에 합의했다”며 “유예기간은 대주별로 다르고 사모펀드다 보니 수익자 간 협의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과거 해외 부동산펀드 강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으로 향하면서 고비를 겪고 있다.
2016년 미국 부동산 1호 공모펀드로 인기를 끌었던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는 원본액이 2941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3월 상장 폐지됐다.
이외에도 ‘미래에셋맵스미국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이하 맵스) 9-1호’는 지난해 말 기준 858억원의 손실을 봤고 같은 기간 ‘맵스6-2호’, ‘맵스7호’등은 각각 440억원, 777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이외에도 해외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의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지난 3월 미래에셋증권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당시 S&P 글로벌은 “향후 1~2년간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한국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이 만기 재연장 등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미국 상업용 오피스 시장이 그리 밝지 않다. 1분기 미국 오피스의 공실률은 19.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하로 투자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확신은 어렵다”며 “현지에서 입지가 양호한 상업 부동산을 보유한 투자사들은 활용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