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도 준비해 드립니다”… 생보사, ‘베이비부머’ 모시기 경쟁
교보, 유언대용신탁업 뛰어 들어… 흥국도 도입 검토 중소·중견기업 컨설팅, 치매안심신탁 등 타깃 다양화
생명보험사들이 만성적인 저성장 국면 돌파를 위해 그동안 가입을 기피했던 고령자 공략에 나섰다. 유언대용신탁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1400만명에 달하는 60대 이상의 ‘베이비부머’ 모시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신탁업 범위를 종합신탁업으로 확대 신고하고 유언대용신탁업에 진출했다. 지난 16년간 금전신탁업만 영위하다 이번 신고로 재산신탁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생보업계에서는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이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취급해왔다. 흥국생명은 유언신탁 도입을 검토 중이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기관이 위탁자와 생전에 신탁 계약을 맺고 재산을 관리해 주다가 계약자가 사망할 때 계약 내용대로 자산을 분배⋅관리하는 금융상품이다. 유언장보다 구체적인 법적 기준으로 관리돼 이해관계자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해당 금융 상품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5대 은행이 보유한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3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약 1조원이 증가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유언대용신탁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13년부터 유언대용신탁을 도입하고 관련 상품을 취급해 온 삼성생명은 지난해 법무법인 세종과 손잡고 중소·중견기업 최고경영자와 개인자산가의 승계·상속 자산관리 컨설팅에 협업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연금영업부문 상속·증여설계 서비스를 통해 유언대용신탁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언서 보관이나 집행, 부동산 관리·처분, 세무컨설팅 뿐만 아니라 개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은퇴 자산관리의 전문성을 높였다.
교보생명은 유언대용신탁 외에도 치매안심신탁도 추진 중이다. 치매 발병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 수탁 재산에서 병원비나 간병비 등을 처리해주는 상품이다.
고령인구와 고액자산가도 동시에 늘면서 상속재산 관련 수요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처분’으로 접수된 사건은 2945건으로 3년새 지난 2020년(2095건) 대비 40.5% 가량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는 늘어나지만 보장 공백은 여전히 상당히 있다”며 “실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