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사옥 이전…칼바람 부는 이커머스
롯데온·11번가 등 중소 이커머스 비용절감 나서 전문가 "쿠팡·네이버 양강 구도 속 합종연횡 가속"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알리·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까지 가세하면서 칼바람이 불고 있다. 쿠팡·네이버 두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신세계그룹·11번가·데온·티메파크 등)이 한자릿수 점유율 확보로 물밑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지만 이미 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형국이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11번가, 롯데온 등은 잇단 희망퇴직과 비용절감을 위한 사옥 이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9월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에 있는 본사를 경기 광명으로 옮길 예정이다. 건물 임대료가 오르자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11번가는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11번가의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11번가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매각 희망가는 최소 5000억원대로 알려진다.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면서 강제 매각 수순에 돌입한 만큼 몸값 올리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11번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출범 이후 줄곧 적자 신세인 롯데온도 지난 5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첫 희망퇴직을 공지했다.대상은 근속 3년 이상 직원이며 2021년 6월 7일 이전 입사자 중 재직 또는 휴직 상태라면 신청할 수 있다.
롯데온 역시 실적 부진 탓에 비용 절감을 위한 본사 이전을 추진한다. 현재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롯데온 본사는 오는 7월 삼성과 역삼으로 자리를 옮긴다. 롯데월드타워 오피스동의 경우 임대료는 평당 20~25만원 선으로, 인근 빌딩들보다 1.5배는 더 비싸다.
롯데온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온 영업손실은 △950억원(2020년) △1560억원(2021년) △1560억원(2022년) △856억원(2023년)을 기록했다.
싱가포르 기반의 큐텐을 모회사로 둔 티몬과 위메프 역시 지난해 25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의 지마켓도 올해 1분기 들어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쓱닷컴도 1분기 영업손실이 139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2강 체제를 굳히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의 장악력이 커지면서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신세계그룹의 쓱닷컴과 지마켓은 CJ그룹과 손잡고 물류와 멤버십, 상품, 콘텐츠 등 다각도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쓱닷컴의 쓱배송과 새벽배송, 지마켓 스마일배송 등을 CJ대한통운에 맡기고, 김포 네오센터 두 곳과 오포 첨단 물류센터 운영도 CJ대한통운에 이관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가운데 11번가가 강제 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또 한번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등을 품에 안은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11번가 인수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유통연구센터장)는 "예전에는 중소 이커머스 기업들이 많이 있었는데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도 쿠팡-네이버-신세계 연합 빅3 정도로 재편되는 분위기"라며 "롯데가 얼마나 약진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전체적으로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에 시장 지배력은 큰 변화없이 계속갈텐데, 그러다보면 합종연횡이 중견업체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