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말로만 ‘相生’…동반성장 성적표 '최악'
동반성장委, 기업별 상생 성적표 발표… LG・SK ‘우수’, 삼성물산 ‘부족’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상생·협력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동반성장 성적표’를 공개했다.
성적표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말로만 동반성장을 외친 기업들이 아직 부지기 수 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룹 오너가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맞물려 구속된 롯데그룹과 삼성물산은 총수 석방과 맞물려 상생 목소리를 연일 냈지만 결과는 기준 이하의 결과를 내며 빈축을 사고 있다.
반면 오너가 앞장서 상생을 주장한 SK그룹과 조용히 상생을 이어온 LG그룹은 올해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묵묵히 ‘상생’ 실천 LG, 대기업군 중 '최고'
재계 4위 LG그룹은 올해도 인화의 정신을 실현했다. LG는 올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기업별 등급 분포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곳이 총 31개에 달했다.
LG그룹 계열사(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이노텍·LG전자·LG화학·LG CNS)가 무려 20%를 차지한다.
이번 평가 대상인 LG그룹 계열사는 총 7개다. 이 중 우수 등급을 받은 LG하우시스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계열사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통상 평가 대상 기업 중에서 동반성장 지표가 상위 15% 이내인 기업은 ‘최우수’ 등급을 부여하고, 15~50% 이내인 기업은 ‘우수’ 등급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LG그룹은 모든 계열사가 보통 이상의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LG그룹의 경영이념인 ‘인화(人和·여러 사람이 화합하다)’경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LG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갈등하며 조직문화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상생경영 분야에서는 여전히 인화의 경영이념이 통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LG그룹은 LG의인상 등을 통해 기업간 상생뿐만 아니라 각 분야별 상생 노력을 기우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적 가치 화두 내건 SK, 올해 성과 돋보여
재계 3위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경영’을 새로운 경영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최태원 회장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창출(Double Bottom Line)을 접목한 경영 방침을 내세우며 올해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사회적 가치가 차지하는 비율을 5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너의 의지에 힘입어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올해 일제히 동반성장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동반성장 평가는 총 5개 등급(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을 구분하는데, SK그룹 4개 계열사(SK건설·SK종합화학·SK주식회사·SK텔레콤)가 일제히 최상위권에 등극했다.
이번 평가에서 SK그룹은 6개 계열사가 평가대상이었는데, 나머지 2개사(SK실트론·SK하이닉스)도 모두 우수 등급을 부여받았다.
이는 ‘사회적 가치’실현이 새로운 SK를 만드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오너의 의지가 잘 묻어난 결과다.
◆체면 구긴 삼성물산…말로만 상생 롯데그룹
삼성그룹·현대차그룹 등 재계 1·2위 대규모기업집단도 역시 규모에 걸맞은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그룹 최대 계열사 삼성전자는 무려 8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는가 하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S가 삼성전자와 함께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현대차그룹도 기아차,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트랜시스 등 5개 계열사가 ‘최우수’ 등급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 유일하게 ‘양호’ 등급을 받아 체면을 구겼다.
‘양호’ 등급은 189개 평가 대상 기업 중 중소기업과 상생경영을 추진하는 수준이 중간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롯데는 올해 평가를 진행한 12개 계열사 중 75%(9개사)가 무더기로 ‘양호’ 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룹 계열사 중 롯데정보통신, 롯데지알에스, 롯데하이마트 등 3개 계열사만이 ‘우수’ 등급을 받았을 뿐, ‘최우수’ 등급을 받은 계열사 역시 전무했다.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으로 수감된 상황에 상생 보도자료를 쏟아낸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인 셈이다.
세부적으로 롯데건설, 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 롯데슈퍼,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푸드, 롯데홈쇼핑 등은 양호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건설과 유통 분야는 상생에 대한 요구가 높은 사업 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의 갑질 논란은 여전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5대그룹 중에서 SK그룹과 LG그룹은 평가대상 계열사가 100% ‘우수’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삼성그룹(88.9%)과 현대차그룹(77.8%)도 전반적으로 우수 등급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은 계열사가 많다.
반면 롯데그룹은 이 비율이 25%에 그쳤다.
동반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동반성장지수 평가가 잘 나오면 당연한 것이고 조금 생각보다 못 미치면 께름칙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롯데그룹의 경우 기존 대기업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점수인 점을 감안하면 말로만 상생이 아닌 실질적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