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日 간편결제 시장에 '돈 보따리' 푼 네이버...왜?
日 정부 '현금 없는 사회' 구축...경쟁업체 잇단 참전도 자극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일본 간편결제 시장에 상륙한 네이버가 돈 보따리를 풀었다. 라인페이의 일본 점유율 확대를 위해 초기 마케팅 비용만 수천억을 지출했다. 그러나 일본은 카드가 아닌 현금 지출이 보편화된 나라인 만큼 네이버의 이번 대규모 투자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지난 5월부터 총 3200억원 규모의 '라인페이 보너스' 지급 행사를 진행했다.
'라인페이 보너스'는 친구에게 1000엔(1만800원)의 라인페이를 무료로 보낼 수 있는 행사다. 라인페이 보너스를 받은 사람은 라인페이 계좌를 개설하면 현금처럼 받아 쓸 수 있다. 라인페이지 보너스는 전량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라인은 2021년까지 라인페이 가맹점에 결제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가맹점에 신용카드 3.74%, 휴대폰 3.85%, 무통장입금 1%(최대 275원) 등 평균 2%대의 결제수수료를 받고 있는 한국 서비스와는 대조적이다.
■'현금 문화권' 일본 정조준...日 정부 덕
그런데 네이버가 동남아, 유럽 등 여러 해외 시장 중 新간편결제 시장으로 일본을 주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의 경우 카드 사용보단 현금 지출 습관이 보편화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의 조사에 따르면 현지 소비자들의 카드 등 신용결제 비율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이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물론, 카드 결제 자체가 익숙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 올 1분기 네이버페이(한국) 가맹점수는 약 28만개, 라인페이(일본) 가맹점은 160만개로 태생지인 한국을 압도하고 있는 반면, 총거래액은 네이버페이가 3조6000억원, 라인페이는 2조7000억원으로 상반되는 결과를 기록했다. 일본의 뿌리 깊은 현금 지출 문화가 데이터상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일본 간편결제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정부가 '현금 없는 사회'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2025년까지 캐시리스 결제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방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상업시설과 숙박시설의 신용카드 결제비율 100% 대응체제 구축에 힘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 A(44)씨는 "일본 간편결제 시장은 일본정부가 '현금없는 사회'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어 큰 성장이 기대된다"며 "카드 사용 영역권도 넓혀질 전망인 만큼 네이버가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쟁업체 연이은 참전...네이버, 시장 선점 속도↑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경쟁사들의 잇단 일본 간편결제 시장 진출 소식도 네이버의 발길을 재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경쟁업체의 경우 이미 일본 최대 유통 선불카드사와 제휴를 맺었다.
먼저 카카오페이는 이달 중으로 일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카카오페이는 송금·금융 등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며 이용자를 확보했다. 여기에 해외 결제까지 추가해 이용자 편의성을 최대한 높일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플랫폼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을 최대한 높이려 한다"며 "일본을 시작으로 올해 한두 국가에 추가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이코는 국내 이용자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현지 5만 여 가맹점을 확보한 유통 선불카드 업체 '인컴재팬'과 손잡았다. 올해 말에는 라인페이와의 연동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현금 없는 사회' 구축에 따라 주요 경쟁사들이 동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페이를 앞세운 네이버가 초기 마케팅 비용을 대폭 늘리며 시장 장악에 나섰다"며 "이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일본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고 동종업체로부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일본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초기 마케팅 비용을 투자한 상태다. 주요 업체 간 경쟁의 불이 붙은 상황에서 네이버가 남다른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