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 알리·테무 방어 총력…할인·셀러 육성으로 '승부수'
1000억 투입·9900원샵…차별화된 혜택 강화 한정된 시장 규모로 출혈 경쟁 '불가피'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e커머스(C커머스) 공습으로 국내 e커머스 업계가 방어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계가 있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할인 정책을 펴거나 셀러(판매자)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묘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사적인 역량을 쏟고 있는 곳은 토종 e커머스 업체인 G마켓이다. G마켓과 옥션은 상반기 최대 쇼핑 축제 '빅스마일데이'에 고객 혜택 비용으로 1000억원 상당을 투입했다. 알리의 '1000억 페스타'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또한 빅스마일데이에 참여할 한국 판매자를 오는 28일까지 모집한다.
G마켓 영업본부 이택천 본부장은 "최근 C커머스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를 대표하는 대규모 쇼핑축제인 빅스마일데이를 통해 K셀러(한국 판매자)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G마켓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판매자의 매출 성장을 돕기 위한 '광고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빅스마일데이에 처음 참여하는 판매자라면 고효율 개인화 광고 상품인 'AI매출업 광고'를 7일간 무료로 경험해볼 수 있다.
'스마일배송'을 처음 이용하는 신규 셀러의 경우 4개월간 물류 보관비가 무료이고, 입출고 시스템 및 포장·CS처리 등의 풀필먼트 운영비도 50% 할인해준다.
멤버십(신세계유니버스클럽) 신규 가입 시 연회비를 3만원에서 4900원으로 낮춰 충성 고객 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쿠팡도 최근 와우멤버십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리기로 했는데, 알리·테무와의 경쟁에 대비해 투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11번가도 지난해 10월 1만원 미만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가성비 특화 전문관 '9900원샵'을 오픈했다. 9900원샵은 지난 3월 기준 상품수·거래액이 오픈 초기 대비 각각 약 5.8배, 6.7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11번가 역시 우수 셀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리지널 셀러 프로그램'을 도입해 독자적인 상품과 브랜드를 보유한 셀러에 대해선 상품 주문 금액이 100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판매 초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1000만원 도달 후에도 절반 수준인 6%의 수수료만 받고 있다.
업계가 이 같은 차별화 전략에 나선 이유는 C커머스로의 고객 이탈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품 및 안전 논란, 개인정보 보호 이슈 등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C커머스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는 추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올해 3월까지 e커머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순위에 따르면 알리의 이용자 수는 지난 1월 717만 명에서 2월 818만 명, 3월 887만 명으로 800만 명대를 돌파했다. 지난 1월 이용자가 570만 명이던 테무는 2월 580만 명에서 3월 830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업계에선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이 C커머스 공습에 대응이 필수적이지만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에서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이 결국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무엇보다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공격해오는 C커머스와 승부를 벌이기엔 국내 업체들의 파워가 아직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한계가 있고 업체들이 경쟁을 지속할 경우 출혈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당장에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헤게모니를 뺏기지 않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미국·중국·일본·영국에 이어 5위에 랭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