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제주도가 에어비앤비 ‘금지령’을 내린 이유

관광 지역 살린다더니...임대료 인상에 지역 주민 살 곳 없어져

2019-07-03     박남철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지난 2일 에어비앤비가 한국 경제에 미친 효과가 1조 400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측은 에어비앤비 사업 확대가 지역경제에 이바지한다고 내세웠다.

이날 에어비엔비는 자사의 도움으로 각 지역이 경제적 혜택을 받았으며, 정부가 조속히 숙박공유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어필했다.

과연 그럴까?

관광진흥개발법에 따르면, 현재 내국인 숙박 공유는 대다수가 불법이다. 정작 에어비앤비 이용률은 내국인이 70%인데, 이를 외국인에 한정한 것이다. 여기에 에어비앤비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그러나, 에어비앤비의 셀프 칭찬에 정작 제주지역주민들은 의아한 모습이다. 지역 주민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피해가 만만치 않을거란 입장이다. 개정안이 국회에 6개월동안 계류된 것도 이들의 반발 때문이다.

특히, 관광특구인 제주도는 만일 내국인 사용이 허용되더라도 지자체 특권으로 이를 막아서겠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되면 지역 주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량 임대 주택을 보유한 사업자들이 뛰어들어 임대료가 상승할 뿐더러, 주민들의 살 공간까지 차지해버린다는 것이다.

과연 에어비앤비가 내국인 숙박 공유에 뛰어들수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게 타당한가. 각각의 입장을 살펴봤다

먼저, 에어비앤비가 지역 경제에 어떤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지를 따져봤다.

에어비앤비 코리아 관계자는 “에어비앤비가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소외된 관광지역까지도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발한 직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는 지난해 한해동안 1조 37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광소외 지역도 에어비앤비로 경제적 혜택 누렸다”고 밝혔다.

이어 “호스트 중 75%는 에어비엔비에서 얻은 소득을 토대로 지역 내 주거비 마련을 했다”며 “게스트 상당수도 호스트의 추천에 따라 숙소 인근에서 카페나 레스토랑 등 소비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 코리아 측은 경제 파급력을 강조하면서도 규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세계 서비스업의 흐름이 변하고 있는데 정부가 공유경제 현안에 대해 추진하고 있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 정부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에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내국인에게도 도심 숙박공유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했다”면서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후속조치가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정집을 이용한 에어비앤비 사업은 외국인에 한정한다.

현행법상 내국인에게 돈을 받고 가정집을 숙소로 빌려주는 행위는 불법이다. 일부 한옥 체험과 농어촌에 있는 민박집만 예외적으로 내국인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지만 실제 관광객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에어비앤비는 관광의 혜택을 보지 못하던 사람들도 돈을 벌 수 있는 작은 직업을 마련해주는 효과가 있다”며 “동네를 살리는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어 한국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관광 특구인 제주도는 왜 에어비앤비를 금지했을까? 그 이유를 살펴봤다.

제주특별자치도 측은 무엇보다도 주택 임대료 상승에 따른 거주민 문제가 크다고 설명한다.

제주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원룸이나 오피스텔 임대인은 전·월세보다 숙박 임대를 통한 수익을 더 기대해 공유숙박으로 사업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전월세 물량이 줄면서 서민들의 주택 임대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유숙박이 확대돼 주택 임대료가 오르면 살기 어려워진 지역주민은 거주 지역에서 밀려나는데, 그 빈자리를 관광객이 차지하게 된다”며 “이는 곧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관광객이 지역사회 분위기와 소비를 지배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도내 숙박업체의 수급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여러모로 분석하고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며 “임대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불법 숙박업체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연 에어비앤비 때문에 제주의 집값이 급등하는 걸까. 전문가들을 통해 좀더 자세히 알아봤다.

실제 미국 연구원들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에어비앤비가 집값에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 전미경제연구소 전문가는 “미국 전체에서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 리스트가 10% 확대되면 임대료는 0.42% 인상되고 주택 가격은 0.7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을 내놨다.

인상 이유에 대해서는 “일부 호스트가 장기 임대에 제공하던 물건을 단기 임대로 전환하며 임대료를 올린다”며 “전체적으로 임대료가 오르면서 향후 주택 가격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원래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직접 거주하는 공간만을 숙소로 공유하는 게 원칙이나 실제로는 상업적 운영자들이 여러 채의 주택을 빌려 사업을 했다”며 “결과적으로 5600세대의 살 곳이 없어졌고 얼마 남지 않은 집도마저도 몸값이 올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에어비앤비 영향으로 미국 뉴욕시 평균 연간 임대료는 3년 전에 비해 1.4%인 380달러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속단할수 없지만 제주도가 에어비앤비의 금지령을 내린 이유는 지역 주민을 위한 조치임이 일부 분명해 졌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