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내렸는데 식빵 5000원…'빵플레이션' 왜?
국제 밀 가격 2년 전보다 8.3% 내려…빵 가격 9.6%↑ 제빵 업계 "밀가루값 인하로 빵 가격 인하 무리"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국제 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빵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제빵 업계는 이른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격 인하에 대해선 요지부동인 입장이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밀(SRW·적색연질밀)의 선물 가격은 t당 236.6달러로 2년 전인 2021년(258.1달러) 보다 8.3% 하락했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 정책을 펴고 식품업계에 재료 가격 하락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권고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을 시작으로 대한제분과 삼양사 등 제분업계가 6~10%정도 가격을 인하하고 나섰다.
이처럼 밀가루 값은 내렸지만, 주요 제빵 프랜차이즈들은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밀가루가 주재료인 라면업계가 지난해 가격을 인하한 점을 감안하면 '빵플레이션'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7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은 제품가를 4~5% 내렸다.
실제 국내 빵 가격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빵 가격은 1년 전보다 9.55% 올랐다. 지난해 전체 물가 상승률(3.6%)을 2.5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빵 가격이 치솟은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와 설탕·소금 등 원재료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결과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크림빵 가격을 기존 1400원에서 1700원으로 21.4%, 뚜레쥬르는 슈크림빵 값을 1900원으로 11.8% 인상했다.
현재 주요 프랜차이즈 식빵 가격은 4500원선으로, 빵 3개를 사면 1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분도 크고 각종 전기, 물류 등이 빵 가격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밀가루 가격이 내려갔다고 빵 가격 인하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제빵업 실태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빵 가격이 복잡한 유통 구조로 인해 주요국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고려한 조치다.
공정위는 제빵 산업 실태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뒤 올 하반기 제빵 업계의 유통 및 가격 결정 구조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