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점포 수 줄인다…유통업계, '비용절감' 안간힘
이마트 창사 이래 첫 전사 희망퇴직 11번가 작년 말 이어 두 번째 희망퇴직 롯데온 전체 인력의 3분의 1 구조조정 대형마트 3사, 6년 새 37곳 문 닫아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유통업계가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점포 수를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탓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인 희망퇴직은 이마트가 1993년 설립된 이래 처음이다.
근속 15년 이상 직원인 밴드 1~3(수석부장·부장·과장급)이 대상으로, 기본급 40개월(월 급여 24개월) 이상의 특별퇴직금과 생활지원금 2500만원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직급별로 전직 지원금 100만∼3000만원을 지급하고, 재취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희망퇴직 신청기간은 다음 달 12일까지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e커머스 플랫폼 11번가도 지난해 말에 이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받는다. 11번가는 오는 29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이번 희망퇴직은 2차 넥스트 커리어(Next Career)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사 부서(HR)에서 검토 후 희망퇴직이 확정되면 3개월분의 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업계에선 11번가가 추진 중인 매각 시도가 불발되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번가의 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난해 11번가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으며 올해 들어선 11번가에 투자한 FI(재무적투자자)들이 나서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초 롯데온도 전체 인력의 3분의 1정도를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부적으로 밝혔다.
앞서 대형마트 3사는 수익이 저조한 점포를 정리하는 '몸집 줄이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운 쿠팡 등 온라인 유통의 공습에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2020년 이후로 점포 수를 일제히 줄이고 있다. 업계 1위 이마트 점포 수는 2017년 159개에서 지난해 155개로 축소됐다. 특히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를 빼면 15개가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는 11개를 폐점해 131개, 롯데마트도 11개를 닫아 111개로 점포 수가 줄었다.
홈플러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도 부산 서면점을 폐점할 예정이다.
점포 매각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엔에이아이(NAI)코리아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롯데마트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매각을 진행 중이다. 매물로 나온 곳은 △롯데마트 고양 중산점 △롯데마트 양주점 △롯데슈퍼 봉선점 △롯데마트 권선점 옥외주차장 △롯데마트 웅상점 옥외주차장 △롯데슈퍼 대전 용운점 △롯데슈퍼 안중점 △롯데슈퍼 신가점 △롯데슈퍼 태안점 △남양주 양지 나대지 등 모두 10곳에 이른다.
업계는 당분간 이 같은 저성장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는 "유통 기업들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원 감축, 비용 절감 등을 계속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큰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수익성 개선을 해야 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