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의무 위반' 혐의 알리에 식품사 입점 러시, 독 될까

농심·CJ 이어 동원·삼양식품 등 입점 계약 "소비자의 몫, 유통 구조상 문제 없어"

2024-03-13     구변경 기자
사진=연합뉴스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국내 식품사들이 최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알리) 입점 러시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 혐의를 받는 알리 입점이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품 논란' 등으로 부정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알리 입점으로 자칫하면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사조대림은 이르면 다음주 알리의 한국상품 판매 카테고리인 'K베뉴'에 브랜드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사조대림의 주요 제품은 참치캔, 어묵, 식용유 등이 대표적이다.

동원F&B도 이달 중으로 알리의 K베뉴에 입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동원참치나 양반김 등 동원F&B의 대표 제품을 알리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입점 품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삼양식품 역시 '불닭볶음면' 등 주력 제품을 내달부터 알리 K베뉴에서 판매한다.

앞서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지난 1월 알리에서 대리점(벤더사)을 통해 라면 등 판매에 나섰다. 오뚜기 역시 대리점을 통해 라면, 생수 등을 판매 중이다.

이어 쿠팡에서 로켓 배송이 중단된 CJ제일제당이 이달 7일 알리에 공식 입점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만두 세트, 비비고 사골곰탕, 고메 중화식을 포함한 인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상과 풀무원 등도 알리 입점 여부를 검토 중이어서 향후 식품사들의 입점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식품사들이 알리 입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는 단기간에 '초저가'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알리를 새로운 판매 채널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알리 사용자는 818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사용자(355만명)와 비교하면 130% 증가했다. 사용자 8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채널 다변화를 통해 하나라도 더 팔면 수익 구조에 도움이 된다"며 "쿠팡 등 다른 e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수수료가 0%라는 것도 제품을 납품하는 제조사 입장에선 메리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실제 알리는 입점업체에 판매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당분간 한국 판매자들을 늘리기 위해선 이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 혐의로 중국 e커머스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식품사들이 알리에 줄줄이 입점하는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의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이달 초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알리가 전자상거래법상 규정된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법상 알리, 테무 등 통신 판매 중개 사업자는 입점업체의 신원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인력이나 설비 등을 갖춰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알리의 '짝퉁 판매'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465건으로 전년(93건) 대비 5배로 늘었다.

업계는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해외 직구'라고 언급하며, 알리 입점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훼손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예컨대 가품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중간 유통 단계에서 벤더사를 통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지, 납품은 제조사에서 담당하는 국내 유통 구조상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중 여론이 있는 것 같긴 하다"면서도 "기업 이미지는 소비자들이 판단해 그들이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리 직구랑 K베뉴는 다르게 봐야할 것"이라며 "K베뉴의 경우 주문만 거기서 받지 주문이 오면 제조사 자체 물류에서 제조사가 납품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불만이 없다. 자사몰과 같은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