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법 자동 폐기 수순에 대형마트 '침울'

'대형마트 새벽배송 금지' 여야 이견 충돌 업계 "매년 똑같은 발의…법안 폐지돼야"

2024-03-12     구변경 기자
이마트 풍산점. (사진=이마트)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휴일 또는 새벽 시간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쇼핑의 무게 추가 온라인으로 기운 상황에서 규제 완화로 인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마트업계는 다시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12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소위원회에서는 유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과 12월에 단 두차례 논의된 이후 끝내 소위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2012년 이후 10년 넘게 지속돼온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규제 완화가 결국 이마트 등 대기업 배만 불린다며 결국 골목상권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대신 정부와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판로 지원 등을 돕는 방안을 대형마트, 중소 유통업계와 함께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유통법 개정의 공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실제로 지난해 국회 소관 상임위인 산업위 소위원회에서의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유통법 개정안이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마트업계는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유통법 시행이 발표된 이후 2년 뒤부터 실효성이 없었다"며 "매년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대를 했었는데 (개정안이 추진되려면) 법안 자체가 바뀌거나 폐지돼야 하는 부분이어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우리도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있는건가란 기대를 걸었었는데 매년 똑같은 얘기들만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도 "법 개정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 기대가 높진 않았다"면서도 "온라인 배송 규제가 불합리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있어 의미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이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한 반면, 이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는 유통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6174억원(약 4억73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고 매출도 31조8298억원(약 243억8300만달러)으로 전년보다 19.7% 늘었다. 이는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이마트(29조4000억원)를 넘어섰고, 롯데쇼핑(14조5000억원)보다도 두 배 많은 수준이다. 전통 유통 강자들을 모두 제친 셈이다.

반면 지난해 마트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20%에서 12.7%로 급감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몸집도 작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3사의 점포수 합은 405개, 402개, 지난해 396개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지난 2014년과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