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몸집 키우는 알리…쿠팡 "나 떨고 있니"

수수료 무료·초저가 등 가격 경쟁력 국내 이용자 수, 2위 G마켓 제쳐 물류센터 등 투자 확대도 쿠팡에 위협 요인 

2024-02-14     구변경 기자
사진=알리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중국 알리바바그룹 e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한국 시장 공략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e커머스 강자로 군림한 쿠팡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네이버와 쿠팡으로 양분된 국내 e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최근 한국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산 상품을 판매하는 '케이베뉴(K-venue)' 입점 판매자를 모집하면서 한국 판매자 모두에게 당분간 입점 수수료와 판매수수료를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알리가 한국 판매자를 공개 모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베뉴는 알리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한국산 상품 판매 채널로, 이 상품의 경우 한국에서 바로 무료 배송되며 배송 기간은 통상 사흘 이내다. 

'초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알리의 공격적 행보는 이용자 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알리 앱 이용자 수는 707만명으로 전년 동기(343만명)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용자 수만 놓고 보면 오픈마켓 2위인 G마켓(582만명)을 이미 넘어섰을 정도다. 

지난해 말부터 알리는 올해 국내에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배송 시간을 단축하는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공항 인근에 물류센터를 짓게 되면 배송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가격은 물론 배송 경쟁력까지 확보가 가능하다.

지난 201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알리는 2022년 11월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1000억원을 투자해 마케팅과 물류 서비스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매물로 나온 11번가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진 알리가 협상에 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함께 거론됐던 큐텐이 지난 10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콘텍스트로직이 운영하는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를 2300억원에 인수하면서다.

큐텐은 이번 인수로 팬 아시아(Pan Asia)를 넘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동시에 세계 전역의 주문량과 북미와 유럽에서 활성화된 소비자를 단번에 늘릴 발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연착륙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알리가 11번가를 품게 되면 한국 판매자와 소비자를 한번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약 1700만명의 가입자 수를 보유한 '11번가 페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것도 큰 메리트다. 

이런 가운데 알리는 취급하는 상품이 국내 업체들에 비해 저렴하고, 우선은 공산품 위주의 상품 확대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독주 체제를 위협할 만한 강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는 공산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국내 e커머스 업체들 중 쿠팡처럼 공산품 영역에 우위를 가지고 있던 곳은 점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국내에서 배송하는 브랜드라던가 오픈마켓 수수료 면제 등 알리가 국내에서 직접 비즈니스 하게 되면 큰 영향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쿠팡도 예의주시 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