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업계, '재무통' 전진배치…실적개선 고삐죄나
롯데·신세계 등 20년 넘는 경력의 재무 임원 선임 저성장 시대 수익 구조 개선에 방점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유통업계가 저성장 기조에 실적이 어려운 가운데 재무 담당 임원을 전진배치하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과 수익 구조 개선 등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 유통 대기업에서는 재무 전문가 임원들이 속속 등판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달 말 강병훈 롯데지주 상무보를 신임 재무부문장(CFO)으로 선임했다. 강 부문장은 20년 넘게 롯데그룹에서 재무 부문에 몸 담았던 '재무통'으로 통한다.
강 부문장의 선임은 지난달 말 단행된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손승현 전 부문장이 물러났음에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3주가량 공석이었다가 단행된 인사 발령이어서 더 관심이 쏠린다. 그만큼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코리아세븐에 구원투수로 평가된다.
강 부문장은 2001년 롯데마트에서 재무관리 업무로 근무를 시작해 2012년에는 롯데 중국HQ 재무기획팀장을 맡았다. 이후 2019년부터 롯데지주 재무혁신실 재무1팀에서 근무했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도 지난달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박익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앉혔다. 박 대표 역시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 출신으로 한국시티은행 카드사업본부 CFO(최고 재무 관리자),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 담당 전무, ING 생명 마케팅 본부장, MBK 롯데카드 마케팅 디지털 부사장을 지냈다.
'금융·재무' 전문가로 손꼽혀 재무적 리스크를 면치 못하고 있는 롯데온에 실적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정기 임원인사를 마무리한 신세계그룹 역시 '재무통' 인사의 전면배치가 눈에 띈다. 특히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의 공동 수장을 맡은 한채양 대표가 있다.
한 대표는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 부사장 출신으로 코로나 기간에도 호텔 사업을 흑자로 전환한 인물이다. 한 대표 역시 경영과 실적 개선에 능한 전략·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실적 개선'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재무통' 임원들을 전면에 배치해 새로운 성장 전략보다는 회사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해 이를 해결하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을 인수해 통합 작업을 거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4조33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22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8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 역시 1078억원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롯데온도 실적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년 새 롯데온 대표가 2번이나 교체된 이유도 저조한 실적이 주효한 이유로 꼽힌다.
롯데온의 3년간 영업손실은 2020년 950억원, 2021년 1560억원, 2022년 15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흑자전환에는 고배를 마신 상황이다.
이마트 역시 유통업의 무게 추가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가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22년 14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과 비교해 54.2% 줄었고, 순이익은 1조158억원으로 36.1% 감소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등으로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덩치 불리기보다는 '관리'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재무 담당 임원들을 내세워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