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린 공유주방, '위생' 책임은 누가?

임차료 싸고 창업도 쉽다는데... 위생 관련 '함정'은 여전

2019-07-29     차혜린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공유주방이 최대 난제인 '위생' 문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되면서 '1주방 1사업자' 공식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식품위생법은 1개의 음식 사업자에게 별도로 독립된 주방을 요구해왔다. 따라서 공유주방 서비스는 하나의 주방이라도 칸막이로 나누고, 조리용 설비도 각각 나눠써야 했다. 그렇지만 이번 특례로 주방 하나를 정해진 시간만큼 공유하거나 대형 주방을 동시에 여러 사용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한 것.

이번 규제 특례로 1개의 주방에서 복수의 사업자 등록이 가능해졌으며, 공유주방 지점당 최소 20개 이상의 사업자가 영업신고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유주방 업계는 창업자들이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창업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게 됐으며, 그동안 규제에 밀려 막혔던 사업 활로에도 전환점이 될 거란 판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유주방의 최대의 관건은 위생이다. 여러 사업자가 주방을 공유하면서 발생하는 위생 문제를 간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공간에 사업등록증이 복수로 등록가능해져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첫 출발을 알린 공유주방이 논란을 잠재우고 위생적인 환경을 구축해 사업 판로 확장을 이어갈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11일 식약처는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해 1개 주방을 다수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자영업자의 비용 효율적인 창업활동을 위해서다.

공유주방은 조리시설이 갖춰진 주방을 이용하기 때문에 설비 투자 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무엇보다도 공간을 나눠쓰기 때문에 초기 창업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각 업계 대표는 이번 규제 완화로 자영업자들의 생존율 또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전했다.

양승만 그래잇 대표는 "최소 5천만 원의 자금을 들여 공간을 얻게 되면 상품도 개발해야 하고 판매량도 보장되지 않는 스타트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제는 월 평균 30만 원~90만 원 정도만 내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말했다.

또 김기웅 위쿡 대표는 "공유주방을 거쳐 창업한 경우 5년 생존율이 90%인 반면 거치지 않은 경우는 10%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식품, 외식업자들을 위한 ‘인큐베이터'가 돼 식품, 외식업계의 유니콘을 탄생시키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위생 개념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대 20여개 각기 다른 외식사업이 주방을 공유함으로써 식품 위생 문제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한 식품 관련업계 전문가는 "한 주방에 여러 식재료를 공유하면 보관상태나 유통과정에서 교차오염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보관상태나 운송 등 유통 과정에 유의해야하고 특히 육류나 수산물의 경우 미생물이 포함돼 있으므로 익히지 않고 바로 먹는 채소와 함께 두면 안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위생적인 환경의 공유주방에서 만들어진 제품도 운송 과정에서 온도, 시간 등 요인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만약 냉장고, 선반 등 공간을 함께 쓰려면 식품의 종류를 어느 정도 정해놔야 할 뿐만 아니라 물류업에 대한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유주방이 위생에 대한 책임소재를 일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유 주방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한 사업자가 위생문제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게 되더라도,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다른 사업자들에게는 제품을 유통을 허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위생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위해 기존 식품위생법은 1개 주방에 1명의 영업자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거나, 복수 사업자가 발생했을 시에도 한 사업자가 위생 등의 문제로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같은 주방을 사용하는 다른 사업자들도 모두 일괄적으로 동일한 조치를 받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관련 위생법은 공유주방 서비스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 해제 수순을 밟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10개 업체가 사용하는 공유주방에서 한 개의 업체가 만든 식품에 이상이 있거나 이물이 발견되면 나머지 9개 업체도 식품 위생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며 "문제가 발생한 그 주방에서 계속 다른 물건을 만들어 납품할 수 있다는 말인데 식약처의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공유주방에서 만든 제품은 서울 전역에 유통이 가능하다. 배달은 물론 편의점에 납품할 수도 있어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식약처가 제공하는 위생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한다는 데 그쳐 비판을 받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식품 안전이 될 것"이라면서 "매월 관할 지자체와 위생지도, 운영상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