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에 주류 공급하겠다는 오비맥주... 뿔난 주류 도매상 왜?

오비맥주, 출고가 4.7% 인하 결정…주류사, '할인 부담금 전가'에 판매거부 한목소리

2019-08-06     홍미경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 관계자들이 오비맥주의 가격인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여름시즌 맥주시장 최고 성수를 맞아 할인과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 올리기 경쟁이 뜨겁다.

올해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국산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맥주사들의 판촉 경쟁이 더욱 치열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 맥주 생산업체인 오비맥주가 소상공인들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오비맥주의 가격 할인 계획에서 부터다.

최근 오비맥주는 8월 31일까지 자사의 대표 브랜드 맥주인 '카스'와 발포주 '필굿' 가격을 낮췄다.

오비는 행사기간 카스 병맥주 500ml 기준으로 출고가를 현행 1203원22전에서 1147원으로 4.7% 내리기로 했다.

이를 두고 오비맥주는 주류도매상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올해 4월 오비맥주는 원부자재 비용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주요 맥주 출고가를 2년 5개월만에 평균 5.3% 인상했다.

이번 할인 이벤트로 카스 병맥주(500ml) 출고가는 가격 인상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같은 오비맥주의 할인전략은 무더운 맥주 성수기를 맞아 주류도매상들이 반길만한 소식 같지만 실상은 반대다.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와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가격 인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별할인행사로 판매가와 공급가를 낮출 수 있게 됐지만 도매업체나 유통사들이 기존에 사들인 재고분에는 할인률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오히려 기존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다수 도매상이 1203원에 재고분을 사들인 가운데 공급가가 1147원으로 떨어지면 판매업소에선 할인된 가격 적용을 원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도매업체들의 유통마진은 줄어들 게 된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지난달 26일 이와 관련한 긴급이사회를 열고 오비맥주의 할인정책에 반대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회원사들은 오비맥주의 도매사 PC 접속과 자료요청 거부, 행사 불참, 빈 병 반납 거부 등을 결의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오비맥주 출고가 인상 전과 7월 주류 리베이트 관련 고시 시행 이전에 물량을 많이 받아놨는데, 이제와 한달간 할인을 한다고 하면 기존 재고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도소매 유통업체와 상의 없는 일방적 가격 할인이 주류거래 질서에 혼선을 주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갑질'"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는 “현재 도매상들은 오비맥주와의 모든 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비맥주 역시 도매상들의 반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경쟁자(하이트진로 테라)가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일본계 맥주 불매 운동이 번지는 시점이다보니 도매주류상들과의 불화로 자칫 찬스가 위기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할인 이벤트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류상들이 요구하는 재고 반품 건과 인하분만큼 제조사에서 보상하는 등의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해 할인율 적용이 장기적으로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을 주류상 등에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