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PB로 변화 택한 백화점…입주업체는 ‘죽을 맛’

순이익 증가에 자체 브랜드 출시 대폭↑…대기업 수직계열화 축소판 지적도

2019-07-30     이승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판매수수료 기반의 백화점 업계가 '자체 브랜드(PB)' 출시를 통해 매출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백화점 3사는 지난해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순항을 이어가는 백화점들의 이면에는 판매부진에도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입점 점주들의 속앓이가 깔려있다.

일각에서는 백화점의 지나친 PB 론칭이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와 닮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는 자체 PB 추가 론칭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가성비를 내세운 PB상품이 소비자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PB상품 처음으로 선보인 롯데백화점은 PB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다.

롯데백화점은 2017년 8월 여성 수입 의류, 20‧30대 여성 타켓의 컨템포러리 의류, 남성의류 ,리빙 등을 판매한 5개 브랜드의 이름을 '엘리든'으로 통합하며 본격적인 상품화에 나섰다.

엘리든은 지난해 전년 대비 평균 15.7% 성장세를 보이며 가능성을 검증했다. 이어 롯데는 선글라스 PB 브랜드 ‘뷰’를 출시했다.

안경이 백화점 PB 제품으로 나온 것은 롯데가 처음이다.

롯데는 안경이 최근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뷰를 선글라스뿐 아니라 토탈 아이웨어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 100% 국내 생산에 방점을 맞추고 가격도 기성 브랜드의 80~90% 수준에 책정하며 가성비를 내세웠다.

유통라인이 넓은 롯데는 백화점뿐 아니라 면세점과 전국 50개 유명 안경소매점에도 뷰를 유통시키며 지난해 매출목표 100% 달성했다.

또 다른 PB인 엘리든 플레이는 전년 대비 50%, 유닛은 45%, 엘리든 맨은 20%씩 매출이 늘었다. 이에 힘입어 롯데백화점의 전체 PB 매출도 16% 이상 증가했다.

여성의류 ‘S’와 프리미엄 남성맞춤셔츠 ‘카미치에’ 등의 PB를 보유한 신세계 역시 PB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여성의류 브랜드 '일라일'뿐만 아니라 업계 최초로 다이아몬드 중심의 럭셔리 웨딩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와 란제리 브랜드 '언컷'과 매칭하며 판매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또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화장품 편집샵 '시코르'를 새롭게 선보이고 의류뿐만 아니라 화장품 시장에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시코르는 대부분의 제품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과 품질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가격은 대폭 내렸다.

그덕에 신세계 역시 지난해 ‘시코르’와 ‘일라일’ 등 대부분의 PB 제품 매출이 대폭 늘어났다.

또 신세계는 고급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모피와 캐시미어를 앞세워 ‘분더샵 콜렉션’의 세계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인다.

분더샵은 지난 2017년 9월 미국 백화점 바니스 뉴욕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에도 입점하고 세계 10대 백화점 중 하나인 버그도프 굿맨에 정식 입점 예정이다.

백화점 3사 중 PB 비중이 가장 낮은 현대백화점도 자체 편집숍 ‘유라이즈’에서 만든 패션 PB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의류 자체 브랜드인 '1온스(1oz)'를 선보인 바 있다.

내‧외몽고산 캐시미어 100%를 사용해 만든 머플러 1개 아이템만 판매하지만 한 달 평균 5000개가 팔렸다.

동일한 품질의 제품보다 최대 50% 저렴한 '가성비'를 앞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호조세에 현대백화점은 향후 데일리 셔츠, 블라우스, 슬랙스 등을 첫 상품으로 준비하고 있고 추가 PB 론칭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앞다퉈 PB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경쟁 백화점에는 없는 PB 제품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롯데백화점 0.9% △현대백화점 0.8% △신세계백화점 4.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롯데백화점 7.4%, 신세계백화점 10.2% 성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충분한 구매력을 갖춘 고객들이 주로 찾고 있지만, 가성비를 겸비한 자체 브랜드가 신선한 매력을 어필하며 다양한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며 “백화점 업계 역시 PB브랜드를 통해 10~40%의 판매수수료 기반의 매출구조의 다각화와 실적 향상을 꾀할 수 있어 점차 자체 브랜드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백화점업계의 PB 확대가 자칫 출혈경쟁과 입주업체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백화점 PB상품과 판매품목이 겹치는 백화점 입주업체들은 PB상품 론칭 후 매장의 판매부진으로 백화점 입점을 취소해야 할 판 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롯데백화점 입주업체 관계자는 “백화점 입주 업체들 대부분은 온라인 할인몰에 파격 할인에도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믿고 입점했을 것”이라며 “백화점이 입주업체에게 비싼 판매 수수료를 물리면서 자신들의 브랜드 상품은 싼값에 판매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백화점의 의류매장 업주는 “백화점들의 자체 브랜드 확대 전략은 대기업이 계열사에만 일감을 몰아주고 수직계열화로 중소기업 숨통 조이는 현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저가의 PB상품이 확대되면 결국 백화점 입주업체의 피해만 키울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