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배달 일반대행 노동자 40%, 계약서 쓰지 않고 일한다”
26일 549명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개최 “임금체불, 벌금부과, 단체교섭 방해, 노조 탈퇴 압박 등 느낀다”
[핀포인트뉴스 이정훈 기자] 라이더유니온은 26일 합정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배달 일반대행 노동자 549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 일반대행 노동자의 40%가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이 지역 일반대행 소속 배달노동자 549명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배달노동자 중 40.3%는 배달 일을 할 때, 계약서를 쓰지 않아 유령처럼 일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2019년 이후 국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정부부처가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배달라이더의 28.6%는 면허조차 확인하지 않는 배달대행사가 있다고 답했고, 배달 일을 할 때 가입해야 하는 유상운송보험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23.9%에 달했다는 것.
이외에도 일방적인 배달료 삭감, 일방적인 수수료 징수, 임금체불, 벌금 부과, 직장이동의 제한 등 60~70년대 산업현장의 모습이 기술혁신으로 포장된 플랫폼산업에서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플랫폼산업을 찬양하지만, 플랫폼경제를 돌리는 노동자들은 무법지대에 방치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산업의 복잡한 다단계 구조도 노동환경을 은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배민, 요기요 등의 배달 주문 앱을 통해 소비자에게 주문을 받고, 배달은 지역 배달대행사에 맡기고 있다.
배민, 요기요 등 주문 앱으로 들어오는 주문의 70~80%는 지역 배달대행사 소속 라이더가 수행한다.
음식가게가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여러 회사가 여기에 참여한다.
가게 사장이 라이더와 배달대행사에게 주문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포스기 프로그램과 라이더가 사용하는 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라이더 정산 등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기업이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만나플러스 같은 회사이고 이를 배달대행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가게에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해보라고 영업을 하고, 라이더를 모집하며, 배달대행플랫폼사를 선택하는 등 배달라이더의 실질적 사장 역할을 하는 곳은 일반대행사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12월 28일 발표한 ‘2022년 배달업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만나플러스 등 배달대행 플랫폼은 51개, 각 지역 배달대행업체는 7,749개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장과 협상하기도 어렵다.
이들에 따르면 악의적인 일반대행사의 경우 단체교섭을 회피하기 위해 사장 명의를 바꾸거나 사업장 쪼개기, 노동위원회 연락 무시하기, 라이더에 대한 노조탈퇴 압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탄압을 자행한다는 주장이다.
배달노동자의 유일한 법적 보호망인 사회보험도 심각하다.
응답자의 60%는 산재신청을 해보지 않았거나 산재신청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답했고, 21%는 사장이나 관리자의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지난해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일을 하지 못했을 때, 단 1.17%만이 산재휴업급여를 받았다고 답했고, 67%는 저금해 둔 돈을 사용했다고 했다.
62%는 산재보험 전속성페지 사실을 몰랐고, 전속성이 폐지되는 대신 최저휴업급여가 최저임금 미만으로 내려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69%를 차지했다. 사실상 사회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라이더유니온은 지역일반대행사에 맞춘 ‘모범단체협약안’을 제작, 하고 지역 차원의 단체교섭을 진행해 상식적인 질서 속에서 배달노동자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