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깡'의 유혹… 종이 상품권 사라진다

지역화폐 모바일 탈바꿈...주 고객 노인층 이용 어려움도

2019-08-20     차혜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상품권 구입 매장.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지역화폐 시대가 도래함과 동시에 ‘상품권 깡’ 문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부상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만 지자체 116곳에서 약 2조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이 발행될 예정이어서 상품권 발행이 경제 활성화와는 무관하게 지하경제를 양신한다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는 역내에만 사용가능한 지역사랑상품권, 온누리상품권 발행으로 전통시장이나 지역 상권 내 자영업자 매출 확대에 직접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지만 할인 발행되는 상품권 특성을 이용해 시민들이 상품권을 환전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상테크’ 문제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상품권의 부정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매 매수를 제한 했지만, 유통과정에서 불법 문제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불법 유통을 막기위해 지자체나 상인연합회가 단속에 나서고 있고 지역화폐를 모바일로 탈바꿈해 진화를 꾀하고 있다지만, 당장 지류상품권이 거래되고 있는 한 추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산 뒤 다시 은행에 가져가 제값으로 돌려받는 ‘상품권 깡’ 불법행위로 인해 정작 필요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마포구 망원시장 일대 현장에서 만난 상품권 취급업소와 상인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상테크’의 문제점을 여실히 지적했다.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상품권 발행 취지와 달리 중간상인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상품권을 구입하고 있다”면서 “상품권이 유통되지 않으면 현금이 돌지 않게 돼 정작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추석 대목에 현금 유통이 막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앞서 올해 초 설 연휴를 앞두고 온누리상품권 품귀현상이 벌어질 정도였다.

명절 기간에는 구매 할인율이 기존 5%에서 10%로 늘어나고 1인당 구매 가능 한도가 기존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높아지는 점을 악용해 상품권을 사서 되팔아 차익을 남기려는 속셈에 품귀현상이 빚어졌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상품권 거래소 직원은 “온누리 상품권은 할인율이 워낙 커서, 팔아서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사람이 많다”며 “설이나 추석에는 하루에 적게는 500여장, 많게는 2000~3000장까지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화폐에도 이같은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올해 1월에 출시한 평택사랑상품권은 발매 직후부터 불법 깡 악용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한 평택시 의원은 “일부 소상공인과 시민들이 단순 상품권 매매와 환전으로 일부 특정인들의 이익 챙기기에 이용되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며 “일부 시민의 경우 1인당 구매 최대 금액인 30만원어치씩을 10% 할인받은 금액으로 가족수대로 구매한 뒤, 이를 사설상품권 판매소에 정액대비 4% 할인된 금액에 판매해 시세 차익을 얻은 사례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법 행위 근절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평택시 지역화폐 정책의 존립 기반이 위태로울 것”이라며 “집행부는 시민의 혈세가 낭비된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지역화폐 지원금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18조원 규모의 지역 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고, 지역신용보증기금의 보증 규모를 매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상품권 불법유통이 해결되지 않은 한 당초 상품권의 본래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1999년 이후 상품권법이 폐지돼 법적 구속력이 약화됐다는 점 역시 부작용을 키웠다고 설명한다.

상품권이 1만원인 경우 50원, 1만원 초과 5만원 이하 200원, 5만원 초과 10만원 이하 400원, 10만원 초과시 800원의 장당 인지세를 내는 것 외에 상품권 발행에 관한 법적 규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의 발행·판매·유통 등 관리·감독하는 소관 부처가 없어지면서 누가 얼마나 발행하는지, 시장에 어느 규모로 유통되고 상환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현황조차 파악할 수 없다”며 “규제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상품권을 무한히 찍어낼 수 있는 것이고 1만원 미만 상품권은 인지세가 붙지 않아 규모 파악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상품권 미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당이익인 낙전수입, 상품권 관련 소비자피해 증가,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음성적인 거래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연평균 약 2천여 건의 상품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 규제로는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이 미흡해 소비자가 피해에 노출돼 있다”며 상품권법 부활을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상품권 피해구제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8월 동안 총 6959건의 상담이 이뤄졌지만 피해구제가 된 것은 373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품권법 부활이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농산물 소비 타격 우려로 입법부 차원에 상품권법 부활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

농협의 한 관계자는 “법 시행안의 내용은 소비자 보호의 본래 취지보다는 상품권 발행자에 비정상적인 금전적, 비금전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권익 침해로 이어져 현 시점에서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전통시장의 온누리상품권처럼 적용 대상에서 농산물상품권을 제외하거나 농산물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시 현재 지류상품권을 불법 환전하는 경우 최대 2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률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국회에 현재계류 중이다.

상품권 불법유통문제를 해결을 위해 지자체가 모바일 지역화폐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련업계 전문가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지역화폐는별도로 화폐를 발행하지 않아도 돼 화폐 발행비용과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각 지자체 전용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되며 사용 이력 추적도 가능해 불법적인 현금화 문제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최초로 국내에서 지역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성남시청 담당 주무관은 “모바일 앱에서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해킹 위험도 적으며, 지류형에 비해 발행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며 “과거 청년 배당을 ‘깡’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건 사실 이지만 올해 같은 경우 정책수당을 지류로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 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상품권을 IC 카드 기반의 지역화폐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을 종이상품권의 인쇄 기술보다 IC 보안칩이 훨씬 더 안전하고 종이 상품권은 유통을 추적할 수 없지만, IC카드 기반의 지역화폐는 IC 신용카드와 동일한 규격이라 이용처, 이용내역을 확인 가능하다”며 “종이 상품권을 비가맹점에서도 유통사용을 시장 상인회가 용인 하듯이 비가맹점 유통을 막을 수 없지만, IC카드 기반의 지역화폐는 비가맹점에서는 아에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에 의해 제어된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