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용량’ 가성비 커피 직접 마셔봤다

고품질 가성비 내세우지만 ‘원료’는 톨 사이즈 수준…바리스타 “잘못된 ‘가성비’ 마케팅” 지적

2019-08-12     차혜린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가성비, 대용량 커피를 내세운 프랜차이즈 업체가 실제 에스프레소 원료 양은 일반 사이즈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물 탄 커피’를 가성비 제품으로 팔고 있는 셈이다.

‘더 벤티’는 타 경쟁사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벤티(스타벅스에서 가장 큰 커피 사이즈를 지칭하는 말) 사이즈의 퀄리티로 음료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해당 음료에 들어가는 원료를 따져보면, 타 업계보다 평균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자가 현장을 찾아 음료를 주문한 결과 일반 커피전문점의 벤티 사이즈에 기본 3~4샷이 들어가는데 비해 더 벤티는 이보다 더 적은 2샷을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더 벤티’는 스타벅스 커피의 최대 용량을 지칭한 벤티와 유사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더 벤티 서대문역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18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취재 결과 큰 사이즈 용량은 720ml에 에스프레소 2샷이 함유됐다. 차혜린 기자. )

더 벤티는 최초로 대용량 커피를 프랜차이즈화 한 브랜드로 ‘고품질 가성비’ 타이틀로 불리며 업계 내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더 벤티’라는 상호명은 스타벅스의 ‘벤티’ 사이즈에 착안해 사용한 말이다. 저렴한 가격에 벤티 사이즈 퀄리티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전략은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 벤티 점주는 12일 핀포인트뉴스에 “더 벤티는 대용량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2가지 원두를 활용한다”며 “용량 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풍미를 제공하는 게 더벤티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스프레소 원액은 평균 벤티 사이즈보다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 결과, 더 벤티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용량이 720ml에 달하지만, 에스프레소 샷은 투 샷을 제공한다. 사이즈와 상관없이 동일한 원액 양을 제공한 셈이다.

즉, 겉모습만 벤티 사이즈일 뿐 실제 커피 맛을 위해서는 별도로 고객들이 샷을 추가해서 마셔야한다. 소비자들이 더 싼 값에 대용량 커피를 구입하려다 밍밍한 커피를 맛봐야하는 셈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맛이 싱겁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이때문이다.

직장인 최영민(29세. 여의도)씨는 “양이 많긴 하지만, 이는 사이즈 뿐”이라면서 “지점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 맛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대학원생 박모연(27세)씨는 “실제로 양이 많아지면 원료가 많아져야 하는 게 아니냐”라며 “기존보다 더 맛이 연해진다면 굳이 벤티 사이즈를 시켜 먹을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스타벅스 측은 표준사이즈인 톨 사이즈(355ml)에는 2샷이, 그란데(473ml) 사이즈에는 3샷이 들어간다. 가장 큰 벤티 사이즈(591ml)에는 4샷이 들어간다.

같은 대용량 커피 경쟁사인 매머드 커피는 스몰 ,미디움 , 라지를 각각 1,2,3 샷으로 구분해서 제공하고 있다. 가장 큰 라지 사이즈(945ml)에는 3샷을 제공하고 있다.

10년 동안 카페를 운영해온 바리스타 최 모씨(39)는 “커피에 물을 섞어 용량을 늘려놓고 ‘가성비’를 내세운 마케팅은 잘못됐다”면서 “사실상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건 진한 에스프레소 샷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커피의 용량 차이를 무시하고 에스프레소 원료를 똑같이 넣는다면, 맛에도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