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열병합발전 주변 집값 되레 ‘상승’...하락 주범은 ‘오해’

마곡 열병합발전소 추진 앞서 지역 민원에 골머리…위례 선례 따져 보면 ‘실’보다 ‘득’ 많아

2020-03-04     이승현
서울에너지공사가 추진하는 마곡열병합발전소 조감도(왼쪽)와 위례열병합발전소 전경.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신도시에 발전소가 왠말이냐. 사업계획 당장 철회하라" 수년 전 하남과 위례 신도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설치될 열병합발전소사업 진행을 앞두고 울려 퍼진 지역주민들의 원성이다.

지역난방은 꼭 필요하지만 정작 이 시설이 자신의 집 옆으로 오는 것만은 막겠다는 주민들은 집단에너지시설에 결사 항전을 하겠다며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대규모 발전소가 자신의 아파트 옆으로 설치된다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집값 하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이유에서다.

주민들은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며 사업추진을 막아섰고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수년 전 위례와 하남 지역민의 불만의 목소리는 2020년 현재 마곡에서 또 다시 현재 진행형이다.

마곡 열병합발전소 추진을 앞서 이 지역민들은 수년 전 위례 주민들의 주장을 곱씹으며 발전소 건설을 막아서고 있다. 이들 주민들 역시 열병합발전소가 집값 하락을 부추길 것이란 이유에서다.

(왼쪽부터) 마곡열병합발전소와 위례열병합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발목 잡힌 마곡 열병합발전소 위례에서 ‘답’ 찾아라

지난해 사업추진 계획을 제시한 서남권 집단에너지사업(마곡열병합발전소)이 지역 민원문제 에 막혀있다.

마곡 열병합발저소는 강서구 양천로에 LNG 연료를 사용하는 285MW급 열병합발전소시설로 현재 서울에너지공사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사업은 마곡지구와 강서지구 등을 공급권역으로 분산전원을 통해 서울시의 에너지자립을 끌어올릴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지난해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하고 건설공사 발주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사업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비대위 측은 이 시설이 일산화탄소를 비롯해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등 주민건강을 위협하고 이로 인해 집값 하락 등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가 미세먼지 2차 생성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을 획기적으로 차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시민의 건강과 편리성 증진 차원에서 지역난방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저렴한 난방비와 세대 공간 활용성 우수, 그리고 안전성 면에서 지역난방이 여타 열원에 비해 선호되는 이유에 대해 지역민에게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마곡 열병합발전사업이 앞서 이전에 홍역을 치른 위례와 하남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환경 안전성 문제와 집값 하락 등의 문제에 대해 위 사례를 통해 충분히 지역주민들의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집단에너지 전문가는 “30년이 지난 목동열병합발전소 조차 연구기관으로부터 인체 무해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고 새로 건설될 마곡열병합발전소는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법 질소산화물 배출농도의 최저치를 목표로 하고있는 만큼 안전부문의 설득은 오히려 쉬울 것”이라며 “때문에 환경 안전성보다는 주민들의 실제 체감도가 높은 집값 등에 영향이 없음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례지웰푸르지오 아파트 뒤로 위례열병합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직접 찾은 위례 열병합 거부감 ‘無’...집값은 오히려 ‘상승’

2017년 4월1일 상업가동을 시작한 위례열병합발전소는 서울 송파구와 성남, 하남시의 중간에 위치한 위례신도시에 위치해 있다.

SK E&S가 약 80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위례열병합발전소는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450MW 전기와 시간당 최대 238Gcal 열을 생산해 위례신도시 4만1692가구, 서울 거여·마천동 1만1187세대에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마곡 열병합발전소가 285MW 규모로 준비 중인 점을 감안하면 위례열병합발전소가 1/3정도 규모가 큰 셈이다.

위례 열병합발전은 LNG를 연료로 물을 끓인 뒤 끓은 물을 이용해 증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 물로 냉각수를 이용해 주변 지역에 난방과 온수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인근 하남 열병합발전소와 새롭게 도입될 마곡 열병합발전소 역시 위례와 유사한 집단에너지사업자다.

위례발전소 관계자는 "열병합발전소는 전력소비가 집중되는 지역 내에 지어지는 대표적 ‘분산형 전원’으로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친환경적"이라며 “건설 당시 지역민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이제는 열병합발전시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주민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례열병합발전소 인근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이 시설에대해 호의적인 답변이 더 많았다.

초창기 위험 시설이라며 건설을 반대했던 입장과는 변화된 모습이었다.

굴뚝으로 배출되는 하얀 연기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주민들이 수증기라며 위험하지 않다고 오히려 기자를 안심시켰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NOx(질소산화물)의 농도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표시되고 미세먼지 배출량도 거의 없어 친환경발전소라는 SK E&S의 설명이 불과 몇 년만에 주민들의 인식을 바꾼 셈이다.

실제 위례열병합발전소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2년전 아파트를 분양 받아 올 당시 바로 옆에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서 있어 걱정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오염원이 배출되면 발전시설이 정지되고 환경부에도 실시간으로 오염원이 모리터링 된다는 설명에 안심하고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년여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저뿐만 아니라 주변 주민들 역시 열병합발전시설에 대해 거부감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편의성 면에서 지역난방이 갖는 장점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위례열병합발전소 추진 당시 지역민들이 가장 걱정했던 집값 하락의 문제도 위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서면 금방이라도 떨어진다는 부동산 가격은 지역적 특성에 편승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열병합발전시설 바로 옆에 위치한 위례지웰푸르지오 아파트는 위례 신도시 주변 아파트 단지와의 가격 상승률을 비교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이 아파트는 발전소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지만 오히려 일부 주변 아파트 단지보다 상승 폭이 큰 곳도 있었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가격 차이는 미미했다.

특히 위례열병합발전소와 가장 가까이 인접한 106동의 경우 다른 동에 비해 매매 가격이 높게 책정된 곳도 있었다.

위례지웰푸르지오 상가에서 만난 B 공인중개사 대표는 “4억에서 5억원대 초반에 분양받았던 이곳 아파트들은 최근 9억에서 9억 5천만원 정도로 매매가가 형성됐다”며 “위례지웰푸르지오가 열병합발전소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가격이 주변에 비해 떨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주변 편의시설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주변 단지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같은 단지 내 가격도 층수나 위치에 따라 상이하지만 열병합발전소와 가장 가까운 105·106동이 다른 동에 비해 높은 매매가를 보이는 곳도 있다”며 “이는 스타필드 하남 등 다양한 편의시설과 교통망 등의 영향 때문이며 열병합발전소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신도시 분양을 전문으로 하는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이 분양업계 관계자는 "신도시마다 발전소는 거의 존재하기 때문에 열병합발전소가 집값 하락 등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다수 신도시 지역에서는 입주자 모집 공고에 발전소 등의 부분을 명시하고 있고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비교해 봐도 열병합발전소가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