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플, 이달 초 IT용 OLED 투자 전략 발표 예정…4~5조 원대 대규모 투자 이뤄질 듯
-LCD 사업 철수로 중단 된 충남 아산 L8-2 공장에 8세대 생산라인 구축할 듯 "업계 최초"
-경기 침체 직격타 맞은 타 업체와 달리 중소형 OLED 라인업으로 작년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연매출 500억달러(약 67조원)를 달성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8세대 정보기술(IT)용 OLED 라인 투자, 자동차 시장 공략, 마이크로 OLED 생산에 나서겠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장)은 지난해 8월 IMID(국제 정보 디스플레이 학술대회) 2022에서 했던 발언이다. 약 130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전략이다.

이 일환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충남 아산에 4~5조원 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까지 추격 중인 중국 패널 업체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단지 정문.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단지 정문. (사진=삼성디스플레이)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초 충남 아산에 4~5조 원대 규모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를 단행한다. 공장 일대를 세계 최대 첨단 디스플레이 단지로 전략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며칠 전 경기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다.

설비 투자 유력 장소로 충남 아산 캠퍼스 내 L8-2 공장이 거론된다. 이곳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6세대 중소형 OLED를 철거하고 업계 최초로 8세대 IT용 OLED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에서 '세대'는 사이즈를 의미한다. 앞 숫자가 높아질수록 디스플레이 유리기판 크기가 커진다. 더 많은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세대일수록 경제성이 크다.

이번 투자는 애플이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태블릿 등에도 OLED 패널을 탑재할 것이란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이 깊다. 애플은 그간 모바일에만 OLED를 적용했었지만, LCD대비 화면 응답속도가 빠른 OLED를 활용하면 저주사율에도 고용량의 영화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착안, 노트북 및 태블릿에도 확대 적용키로 했다.

아이패드 10.9인치와 12.9인치 모델의 OLED 탑재 소식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모바일 이후 OLED 성장 동력이 없던 상황에서 태블릿·노트북이란 새로운 적용 대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작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캠퍼스를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진과 만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관련 논의를 했다. 

최주선 사장 역시 자발광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연매출 5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로 8세대 IT용 OLED 라인 투자, IT 및 자동차 시장 확대, 마이크로 OLED 등을 제시했다. 


1위 수성했으나 2·4·5위 모두 중국 차지…'특명' OLED 산업 지킬 것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물량 공세를 벌이는 중국 패널 업체를 초격차 기술로 따돌리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본력과 저가 물량 공세로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를 추격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5.8%를 기록했고, LCD의 경우 한국 기업을 제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다음 목표는 OLED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점유율은 56%로 1위다. 그 뒤를 중국 BOB(12%)가 차지했다. 기존 2위였던 LG디스플레이는 BOB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4위와 5위도 중국 패널 제조사인 비전옥스와 에버디스플레이가 차지해 한국 기업을 바짝 추격 중이다. 

박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현재 LCD, OLED 점유 비중은 2대 1″이라며 “OLED가 메인 디스플레이가 돼 한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할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설상가상 가전 및 IT 기기 수요 감소로 디스플레이 산업은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널 수출 물량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째 급감 중이다. LG디스플레이 또한 작년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찍이 중소형 OLED 시장을 공략한 덕에 되려 실적이 올랐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체 아이폰14 시리즈 공급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10위권에 아이폰 14 시리즈가 이름을 올리면서, 여기에 OLED 패널을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모회사인 삼성전자에게 20조원을 빌려준 데 비해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로부터 1조원 차입해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은 34조 2,983억 원으로 2021년(31조 5575억 원) 대비 8.7%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4조3647억 원) 대비 34.8% 증가한 5조8832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도 13.8%에서 17.2%로 3.4%p 상승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IT용 OLED 패널 시장 외에도 대형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선제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서고 있다. 일례로 삼성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해 작년 말 디스플레이연구소 산하 관련 연구 개발팀을 신설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소형 모바일 OLED 뿐만 아니라 퀀텀닷 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대형 디스플레이,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에 쓰이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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